마포구시설관리공단, 임대료 문제로 시장 상인들과 갈등
대책 마련 요구에 서울시·마포구 책임 떠넘기기 ‘눈살’

“전·월세 상한제 도입하고, 상가임대차 증액 한도 설정권을 달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과 함께 상가임대차 증액한도 설정권을 지방자치단체장에 위임해달라고 정부에 꾸준히 요구해 왔다. 서울시의 임대료 상승문제를 직접 챙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서울시 자치구가 관리하는 한 전통시장에서는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상인들이 거리에 나앉을 위기에 쳐했다. 갈등을 빚고 있는 곳은 서울 서북권 최대 전통시장인 마포농수산물시장이다.

마포농수산물시장은 서울시가 지난 1998년 폐기물처리장을 리모델링해서 만들었다. 시는 난지도매립 보상 차원으로 마포구에 운영권을 줬고, 마포구는 그동안 2년 단위로 사용허가를 받아 시장을 운영해왔다. 관리는 마포구 산하 지방공기업인 마포구시설관리공단이 하고 있다.

갈등은 지난해 11월29일 공단이 상인회에 보낸 공문으로 시작됐다. 공단은 계약 갱신이 한 달도 안 남은 지난달 초 상인들에게 임대료 5% 인상과 계약 기간 1년 단축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임대차 계약 방식을 바꾼 건 시장부지 지가와 시설관리·인건비 상승 및 적자 예상 등이 그 이유다. 상인들은 개장(1998년) 이래 계약 기간은 늘 2년이었고, 임대료 인상분도 협의를 통해 정해왔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단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공단은 지난달 10일까지 임대차 계약을 갱신할 것을 요구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상인에 대해서는 임대차계약이 자동 해지 되기 때문에 상가를 비워달라고 통보한 상태다. 현재 계약을 하지 않은 상인들은 임대차 계약이 해지됐다. 무허가 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공단은 지난달 16일 상인회 측에 ‘명도 법적 조치예고통지’라는 등기우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상위 기관인 서울시와 마포구는 서로 책임을 미뤄 사태를 더 꼬이게 만들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사용 허가를 마포구에 부여했고, 임대차 계약 등 운영은 마포구나 시설관리공단의 역할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관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울시는 책임을 피하긴 힘들어 보인다.

공단은 21년째 서울시에 부지 사용료를 내고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시장이 위치한 성산동 일대 땅값이 크게 오르면서 땅 사용료도 덩달아 올랐다. 2016년부터 2017년 동안 마포구가 서울시에 지불한 부지 사용료는 16억2000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임대료 수익은 20억원이다. 임대수익의 80%가 부지 사용료로 나가고 있다. 결국 오른 땅값이 세입자인 시장 상인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것이다.

박 시장이 우려했던 일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 자치구 산하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시장에서 말이다. 박 시장은 지금이라도 공단과 상인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중재에 나서야 한다. 아니면 마포농수산물 시장을 다시 서울시로 귀속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임대료 상승의 원인이 되는 땅 사용료가 절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인들의 생존이 걸린 상황이다. 명도 소송에 나선 공단은 협의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서울시가 나서야 한다.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을 할 때가 아니다. 박 시장이 줄곧 외쳐온 ‘세입자 보호’가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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