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으로 튀기는 ‘롸버트치킨’, 13일 1호점 정식 오픈 앞둬···"자영업자들은 편하게, 소비자에게는 질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 자국 백인 남성에게만 우호적이었던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가 상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매스컴은 들썩였다. ‘K(Korea)’를 붙인 음악·영화·화장품이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K-푸드를 고르라면 아마 ‘치킨’일 것이다. 치킨 브랜드도 많고, 맛도 다양하다. 관광 일정에 한국 치킨 맛보기도 있다고 하니, 말 다했다.

강지영 로보아르테 대표는 경쟁이 치열하다는 그 국내 치킨 시장에 뛰어들었다. 로보아르테라는 이름만 봐서는 로봇 사업을 할 것 같지만, 강 대표는 ‘치킨을 튀기는 로봇’을 주방에 들인 요식업 스타트업 대표다. 강 대표는 치킨집 사장님들과의 경쟁보다는 새로운 모델로 상생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로봇으로 사람들의 식문화를 바꿀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강 대표를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롸버트치킨 1호점에서 만났다.

◇ 투자 심사역에서 스타트업 창업가로···미국 로봇 주방에서 가능성 엿봐

강 대표는 증권사, 패스트인베스트먼트 투자심사역을 거친 ‘투자 전문가’였다. 강 대표의 계획에 창업은 없었다. 그는 스타트업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다가 2018년에 한 기사를 보게 됐다. 한 미국 기업에 눈이 갔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로봇 식당 ‘스파이스’였다. 로봇이 패스트푸드를 조리하고 뒷정리를 하는 식당이었다. 한국에 이런 회사가 있다면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주변에 창업하는 친구가 많았다. 가까이에서 (이들을) 보면서 이런 세계도 있구나 생각했다. 힘들고, 고생스러워 보였다. 내가 창업할 것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그러다 미국에 로봇 치킨으로 일손을 덜고 음식 가격을 내리는 스타트업을 봤다. 미국은 이미 투자 규모가 큰 상태였지만, 당시 국내에는 로봇을 활용한 요식업이 많이 없었다. 스타트업 농구 동아리에서 이 사업 모델을 공유하다가 투자를 받아 투자하게 됐다. 처음엔 걱정 많이 했는데 막상 창업에 뛰어드니 거침없이 하게 되더라.”

강남구 논현동에 1호점을 낸 롸버트 치킨에는 강 대표를 포함해 3명이 근무 중이다. 오는 13일에 처음으로 정식 오픈을 한다. 강 대표는 롸버트치킨을 ‘버티기’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로봇은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든다. 지난해부터 몇 차례 오픈이 미뤄졌다. 돈을 지급했는데 물건을 못 받는 등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졌다.

“투자심사역 시절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대표님, 어디까지 해보셨어요?’라는 말을 종종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무책임한 말이 아니었나 반성한다. 지금은 나 자신에게 ‘지영아, 어디까지 해봤니’라고 되묻는다. 사람과 자금 문제로 고생했지만 결국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 다시 일어났다. 5개월 동안 매장을 여는 데 집중했다.”

강 대표는 지난해 말 롸버트치킨을 가개점해 대중들의 반응을 살폈다. 가개점 초반에는 지인 장사였단다. 우스갯소리로 ‘여기가 벤처캐피탈(VC) 사랑방인가?’라는 말도 나왔다. 일주일이 지나자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됐다. 강 대표는 2018년 11월부터 메이커 치킨집 상품 개발 전문가들과 메뉴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메뉴는 ‘후추치킨’이다. 강 대표는 듣도 보도 못한 치킨집에도 손님이 찾아왔다는 사실에 적잖이 감동했다고 회상했다.

강지영 로보아르테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롸버트치킨 1호점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최기원PD
강지영 로보아르테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롸버트치킨 1호점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최기원 PD

◇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치킨 시장 만들고파···올해 롸버트치킨 4호점까지 계획"

미국과 중국에는 이미 로봇이 만드는 커피·치킨·피자 가게가 자리 잡은 상태다. 지금 구조조정을 겪고 있지만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미국 ‘줌피자’, 5분 내 햄버거를 자동으로 만드는 미국 ‘크리에이터’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부터 국내에도 푸드테크가 열풍이다. 로봇 드립커피 ‘라운지엑스’나 대구 로봇치킨 ‘디떽’ 등이 있다. 롸버트치킨은 로봇 두 대로 치킨을 조리한다.

“우리의 콘셉트는 사람의 일손을 돕는 것이다. 협동 로봇이라고 부르는 뉴로메카 로봇 두 대가 매장에 설치돼 있다. 한 로봇은 염지된 닭 토막을 물반죽에 담고, 파우더에 넣는 등 공정 과정을 거치고, 다른 로봇은 바구니를 건네받아 치킨을 튀긴다. 말로는 쉬운 것 같지만 뭉치치 않게 치킨을 튀겨내는 것이 어렵다. 기름이 튈까봐 로봇에 샴페인골드 색을 칠하기도 했다.”

국내 치킨 시장은 레드오션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치킨산업 매출 규모는 5조원이 넘는다. 강 대표는 다르게 해석하면 이미 시장이 형성돼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기존 자영업자들의 시장을 뺏지 않으면서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로보아르테의 목표는 1인도 운영할 수 있는 가게를 만드는 것이다. 자영업자, 점주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사업 모델이다. 점주가 편하게 음식을 제조하면서도 재료비나 인건비 등을 줄일 수 있다면 소비자들도 질 좋고 저렴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배달산업이 커지면서 치킨 시장도 함께 더 성장할 것이다. 로봇을 도입해 자영업 시장을 함께 혁신하고 싶다.”

치킨뿐만 아니라 국수, 피자 등 다른 요식업에도 로봇 혁신을 도입하는 것이 강 대표의 목표다. 기계가 면을 수타하는 장면을 꼭 보고 싶단다. 회사 이름에 치킨을 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로보아르테는 로봇과 그리스어로 ‘최상의 것’을 뜻하는 아르테(Arete)의 합성어다.

“올해 펀딩을 받아 로보아르테 비전에 공감하는 투자자들을 유치하고, 4호점까지 가게를 열고 싶다. 내실을 다지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2021년에는 해외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서 24시간 치킨을 튀기고 싶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지치지 않고 지금 마음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초심을 유지하는 창업가로 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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