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박근혜 정부 개성공단 임금 핵개발 전용 주장’ 근거 부족 지적
“퍼 주기 아닌 퍼 오기”···낮은 토지료·세금에 기업 생존율 100%, 국내 일자리 8만개 유지 창출

2004년 본격 가동된 개성공단은 여러 번 부침을 겪으면서도 발전해 왔다. 이 과정에서 남북 경협을 강화하고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남북 및 미국 간 정치적 이유로 어려움을 겪었다. 1차 중단된 2013년에는 남북 간 합의로 5개월 만에 가동을 재개했다. 그러나 2016년 2월10일 박근혜 정부의 공단 중단 결정 이후 4년이 넘도록 열리지 않고 있다. 그 사이 문재인 정부로 바뀌고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한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이 수차례 열렸으나 공단은 재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피해도 커졌다. 시사저널e는 개성공단의 평화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공단 재개 전과 후 풀어야 할 과제, 재개를 위한 정부의 역할 등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2019년 8월 14일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2019년 8월 14일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10일은 개성공단이 문 닫은 지 4년째 되는 날이다. 2016년 2월 이날 당시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겠다며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그러나 공단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됐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히려 개성공단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에 기여하고 기업인들에게 많은 이득을 보장한 기회의 땅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혁신위)의 2017년 12월 발표에 따르면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일방적인 구두 지시로 결정됐다. 부처 간 토론이나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

또한 당시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의 근거로 제시했던 ‘개성공단 임금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전용’도 청와대의 주도로 정부 성명에 포함됐다.

그러나 개성공단 관련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임금의 핵개발 전용’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 “개성공단 임금 핵개발 전용 주장, 근거 없다”

10일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재단) 관계자는 “개성공단 북측 노동자 임금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 전용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재단에 따르면 공단이 문을 닫기 전인 2015년을 기준으로 북측 노동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은 168달러였다. 이는 4인 가족 생계비 수준으로 군사 무기로 전용될 규모가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충분한 재화와 서비스 구입을 위해서는 연간 2500달러가 필요하다고 했다. 당시 북측 노동자의 월급은 연간 기준으로 2016달러 수준이었다.

북측 당국은 임금의 30%를 사회문화시책기금으로 공제한다. 사회문화시책기금은 무상의료·교육·연금·주거 등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된다.

재단 관계자는 ”이는 10년 이상 북측의 당국, 기관, 개별 근로자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확인된 사항이다“며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와 입주 기업들은 2004년부터 2016년 2월 초까지 임금 배분 현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했다”고 말했다.

2017년 말 혁신위도 당시 정부가 개성공단 중단의 주요 근거로 내세운 개성공단 임금의 대량살상무기 전용은 구체적 정보나 충분한 근거, 관계 기관과의 협의 없이 청와대 의견으로 삽입됐다며 ”당시 근거로 참고한 문건은 주로 탈북민의 진술 및 정황에 기초한 것으로 객관성과 신뢰성이 확인되지 않는 것이었다. 해당 문건의 앞부분에도 ‘직접적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돼 있다”고 밝혔다.

◇ 개성공단,한반도 평화 기여···“경제적 퍼 주기 아닌 퍼 오기”

특히 전문가들은 개성공단의 한반도 평화 기여와 경제적 가치를 주목했다.

우선 전문가들은 개성공단이 남북한 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나아가 북한의 비핵화에도 기여한다고 밝혔다. 공단이 활성화되고 국제적 기업들이 투자를 시작하면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 근본 이유인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서 벗어나도록 해 비핵화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주장이다.

이장희 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 대표(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개성공단에 미국과 국제사회가 투자하면 전쟁을 막을 수 있다. 이것은 비핵화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개성공단 등 남북 경협 활성화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의 핵심이라고 했다.

독일 통일의 기반을 다진 ‘동방정책’의 설계자인 에곤 바르는 생전에 개성공단에 대해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따라가다 보면 그 중간 지점에 경제 통일이 올 것이다. 그것을 발판으로 한국에 궁극적 통일이 있다”며 한국형 통일 모델은 개성공단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개성공단은 '퍼 주기'라는 일각의 지적을 받는다. 이에 개성공단 관계자들은 개성공단은 오히려 '퍼 오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국내에 경제적 이익을 줬다고 밝혔다.

재단에 따르면 개성공단은 ▲낮은 세금 ▲우수한 접근성(서울에서 60km) ▲이직률(0%) ▲무관세 ▲동일 언어 등 그 어떤 나라보다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

실제로 개성공단 기업들의 생존율은 100%이며, 두 차례의 가동 중단에도 기업의 95%가 재입주를 희망했다.

구체적으로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의 세금을 보면 기업소득세는 일반 14%, 장려업종 10%다. 5년 동안은 면제하고 이 후 3년은 50% 감면한다.

이는 중국의 기업소득세 기본세율 25%, 첨단기술기업 15%보다 낮다. 베트남의 기본세율 20%, 특별우대지역 10%보다도 유리하다.

무엇보다 토지료를 보면 개성공단은 압도적 경쟁력을 보인다. 개성공단은 연간 1제곱미터 당 0.64달러(평당 14만9000원)로 중국 허베이성 34.8달러, 베트남 하노이 2.28달러보다 현저히 낮다.

노동자 임금도 2015년 기준 개성공단은 168달러로 중국 647달러, 베트남 261달러보다 적다.

이에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3개년(2013~2015) 평균 당기순익은 65억원으로 베트남 진출기업 13억원보다 5배 높았다.

개성공단 투자 환경. / 자료=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개성공단 투자 환경. / 자료=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개성공단은 국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개성공단 입주 154개사의 남측 협력업체는 3800여개로 남측 노동자 8만명의 일자리를 유지하고 만들었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개성공단은 남측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사라진 일자리들을 되살리고 새로운 일자리들을 창출한다”며 “동남아로 빠져나간 제조업들의 경우 국내 연관 협력업체들이 모두 공멸하고 사라진 데 반해 개성공단은 모기업과 연관 협력업체들이 오히려 경쟁력을 키워 더 큰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이 우리 중소기업과 한계 기업들에게 기회의 땅이 되면서 일자리가 유지되고 새 일자리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에서 옷을 만들었던 한 제조업체의 대표는 “공단 가동이 중단돼 매출액이 50%로 줄어들었다”며 “바이어를 유지하기 위해 해외 공장에서 생산을 하지만 개성공단의 낮은 임금, 가까운 접근성, 좋은 품질에 미치지 못해 상대적 손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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