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수출·내수 경기 직격탄···주요 기관 전망치 하향 조정
中 1분기 GDP 성장률 0%대 기록 전망···수출 의존도 높은 韓도 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반등 모멘텀 마련이 절실한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 정부는 올해 반드시 정부 목표치인 2.4%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세계 경제가 흔들릴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직접적인 경제 타격은 불가피하다.

중국발(發) 바이러스 감염이 수출과 내수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리 정부의 2.4% 경제 성장 목표가 위기에 직면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바이러스 조기 종식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경기하방 압력으로 작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다만 부정적인 경제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추가경정 예산 편성에 대해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경기반등의 신호가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신종코로나 확산은 세계 곳곳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충격은 여타국보다도 크다. 에버코어 ISI의 에드 하이먼 회장은 지난 8일 미국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1분기 GDP 성장률이 0%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중국 경제는 매우 둔화하고 있고 사람들은 이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JP모건 중국담당 수석 경제학자인 주 하이빈도 중국의 1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를 1%로 전망했다.

중국의 경제가 둔화되면 국내 경제도 흔들리게 된다.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2000년 1분기부터 2018년 4분기 기간에 중국 경제 둔화에 따른 국내 경제 영향을 살펴본 결과, 중국 GDP가 1% 하락하면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은 1분기에 0.5% 감소하고 4분기 동안 영향이 지속된다.

수출에 대한 타격도 크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중국 수출이 1% 감소하면 한국의 대중 수출은 1분기에 0.7% 감소하고 3분기 동안 영향이 지속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수출 1% 감소는 국내 GDP를 1분기 0.2%, 2분기엔 0.3% 각각 감소시킨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 등 실물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중국 경제와의 연관성이 높은 국내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자료=각 사, 표=조현경 디자이너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자료=각 사, 표=조현경 디자이너

주요 기관들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영국 경제 연구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췄다. 수정 폭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국 가운데 세 번째로 컸다. 영국 경제 연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도 올해 한국 성장률을 2.2%에서 2%로 낮췄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한국이 중국과 홍콩에서 연간 수입하는 중간재는 673억달러 규모로 주요국 중 미국 다음으로 많다”면서 “핵심 중간재 수입 금액 가운데 중국산 비중도 28.4%에 달해 중국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한국도 큰 영향을 받게 된다”고 경고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도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KDI는 특히 ‘소비 부문’ 타격을 우려했다. 작년 12월 소매판매액과 서비스업 생산이 회복세를 보였지만, 신종코로나의 영향을 받는 2월부터는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KDI는 2월 이후의 외국인 관광객 감소와 내국인의 외부활동 위축이 숙박과 음식점업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업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관광 관련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국내 소비활동의 위축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KDI에 따르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부정적 영향이 집중됐던 2015년 6~8월 중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45.5%(월 평균 46만4000명) 감소했다. 서비스업생산도 전년 동기 대비 0.8%포인트 낮아졌다.

수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KDI는 “1월 수출은 일평균 기준 부진이 점차 완화되고 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대외 수요 위축이 수출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1월 일평균 수출액은 전월의 감소(-5.2%)에서 증가(6.1%)로 전환됐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한국 경제 파급 영향’ 보고서를 통해 신종코로나가 빠르게 확산될 경우 올해 1분기 내국인의 국내 소비지출은 최대 0.4%포인트 감소하고, 국내 명목 수출액은 약 1억5000만~2억5000만달러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1~4월 외국인 관광객은 최대 202만1000명으로 관광수입은 최대 2조9000억원 감소해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0.6~0.7%포인트, 연간 최대 0.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슈가 경제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선 민간의 경제심리 위축 방지를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면서 “시장 상황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하고 효과적인 경제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김성태 KDI경제전망실장은 “신종코로나가 확산되면서 거시경제에 다양한 경로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현재로선 어떤 산업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오는 14일 2월 경제동향을 발표할 계획이다. 신종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여파가 가시화된 후 처음 발표되는 경제지표로 이목이 집중된다. 한국은행이 이달 27일 발표할 예정인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지게 되면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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