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높은 의료 수준과 환자 상태 감안하면 상당히 낮을 듯"···환자 수도 적어
질본 “후베이성 이외 치사율 0.16%보다 낮을 것”···전문가들도 일부 공감

우한 폐렴 26번과 27번 확진자를 치료 중인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 사진=연합뉴스
우한 폐렴 26번과 27번 확진자를 치료 중인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 사진=연합뉴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치사율이 2%대를 기록하는 가운데, 한국 내 치사율은 어느 정도 될지 주목된다. 높은 의료 수준과 환자들의 안정적 상태를 감안하면 상당히 낮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보건당국도 중국 후베이성 이외 치사율인 0.16%보다도 낮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도 일부 공감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10일 질병관리본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현재 신종 코로나 확진자 수는 27명이다. 지난 9일에 비해 증가하지 않은 상태다. 또 대다수 국내 신종 코로나 환자가 안정적 상태를 보임에 따라 치사율이 낮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신종 코로나 치사율은 질환이 발생한 중국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10일 0시 기준 전국 31개 성에서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4만171명, 사망자는 908명이다. 치사율은 2.26%다. 감염병 발병지인 우한이 포함된 중국 후베이성의 경우 지난 9일까지 누적 확진자는 2만9631명, 사망자는 871명이다. 이에 따른 치사율은 2.94%로 집계됐다.  

우한 상황과 한국 상황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크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우선 한국 의료 수준이 높다는 점이 중요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의사에게 외래진료를 받은 횟수는 연간 16.6회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많았다. 이는 회원국 평균(7.1회)보다 2.3배 높은 수준이다. 같은 해 병원의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3개다. 일본의 13.1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OECD 평균(4.7개)의 3배 가까이 됐다.

반면 중국은 한국과 의료 전달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에서 중증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신속하게 못 받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 의료계의 분석이다. 

이 같은 의료 수준과 연결시켜 분석 가능한 것이 신종 코로나 환자 숫자다. 의료계에 따르면 김염병 발생 지역인 우한시에는 환자들에 대해 집중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이 3개 있다. 집중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이란 예를 들면 한국의 종합병원 등 3차 의료기관에 해당한다. 3개 병원에 중환자 치료 병상은 110개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처럼 빈약한 의료시설에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신종 코로나 환자가 몰려들어 중국 현지에서는 신속하고 효율적 치료가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한국은 10일 현재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27명이다. 대부분 각 병원에 산재해 있어 집중치료가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환자 상태 또한 치사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10일 0시 기준 중국 전체 신종 코로나 환자 중 6484명이 위중한 상태다. 반면 한국은 대부분 경증 환자다. 27명 중 이미 3명이 퇴원했다. 이어 11번 환자도 퇴원이 예정돼 있다.

질본도 한국 내 신종 코로나 환자들의 치사율이 낮을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9일 “국내 환자들은 중국 후베이성 이외 치사율인 0.16%보다도 낮을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전문가들 역시 이 같은 전망에 일부 공감하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질본 예상이) 맞는 이야기”라며 “한국은 유입 환자 중심이고 환자 수가 적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감염원을 알 수 없는 상태인 지역사회 감염이 한국에서 발생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현재가 데이터상 중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중국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도 13명의 신종 코로나 환자가 모두 회복됐는데 경증 감염이었다”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전파력이 강하지만 치사율은 질본이 예상한 0.16%가 안 되고, 독감 치사율인 0.05%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복수의 의료계 관계자는 “지난 9일에도 신종 코로나 확진자 3명이 추가돼 국민 불안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높은 수준의 한국 의료를 믿고 생업에 종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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