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판매업자, “법 맹점 노린 블랙컨슈머 갑질 막을 방법 없어”
“반품 기한 제한해야”···계류 중인 ‘전자상거래 개정안’ 처리 촉구

“여름에 사서 반품 요청해 환불 받은 뒤 상품은 가을 끝 무렵에나 보내는 고객도 있었어요.”

“큰 업체면 모르겠는데 우리 같은 작은 업체는 매출에도 타격이 커요.”

7일 광주에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 중인 소상공인 A씨에 따르면 환불을 받은 뒤 해외여행을 이유로 3주 동안 연락이 두절된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경우는 전체 반품 건의 10%에 해당한다. 청약 철회와 달리 반품 기한은 정해져있지 않다는 점을 악용한 ‘블랙컨슈머(악덕소비자)’ 갑질 사례다.

블랙컨슈머 갑질로 영세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블랙컨슈머 갑질로 영세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이처럼 판매업자에게 갑질을 부리는 이른바 블랙컨슈머 탓에 영세 판매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세 판매업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소비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현행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은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소비자 권익 보호에 초점이 맞춰진 법률이다. 그 결과 소비자를 위한 조항은 많지만 영세 판매업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규정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판매업자는 소비자가 재화에 대해 7일 이내에 청약철회 등을 한 경우, 재화를 반환받은 날부터 3영업일 이내에 이미 지급받은 재화 등의 대금을 환급할 의무가 있다. 반면 소비자는 구매한 재화에 대해 청약철회 한 경우에도 일정 기간 이내에 반환해야 할 의무가 없다. 그 결과 의류제품이나 계절상품 등 특정 품목의 경우 장기간이 지난 후 반품되면 상품 가치가 현저히 하락해 재판매가 힘든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법을 악용해 상품을 오랜 기간 또는 상당량 사용하고도 “새것으로 교환이나 환불을 해 달라”는 등 이의를 자주 제기하는 블랙컨슈머로 인한 판매업자들의 피해 사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변심으로 청약 철회 요청을 한 고객이 환불 처리가 된 후 장기간 연락이 두절되는 등 판매자가 상품을 오랜 기간 받지 못하는 피해 사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훼손된 상품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블랙컨슈머로 인해 판매자가 받는 피해는 관련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이는 결국 소비자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악성 민원으로 인해 판매관리비 등이 누적돼 결국 제품 가격에 반영되는 것은 물론이고 선량한 소비자들까지 블랙컨슈머로 의심을 받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세 판매업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소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 지난해 1월 김경진(무소속) 의원은 통신판매로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청약철회 등을 한 경우 일정 기간 이내에 반품하도록 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상품 가치를 하락시키는 반품을 제한해 블랙컨슈머의 갑질로부터 영세자영업자를 보호하는 것이 법안 발의 목적이다.

김 의원실 김용진 비서관은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옷에서 단추를 제거하거나 여름옷을 겨울에 반품하는 등 상품가치가 떨어진 상품을 반품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럼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객의 요구를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판매자에 대한 보호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특별법을 만들기는 무리가 있어서 전자상거래법에 조문 넣는 것이 적합하다 판단했다”며 “15일의 반품 기한을 두는 것으로 발의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지난해 3월 29일 상임위에 상정됐을 뿐 진전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비서관은 “상임위에서 아직 통과가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작년 여름 정도에 서면 설명 요청을 받았지만 아직 진행 계획에 대한 통보가 없다”고 전했다. 그는 “법안 순위가 밀려 있어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법안 개정에) 진전이 없는 것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영세 온라인 쇼핑몰 업자분들도 법안이 통과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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