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전반에 충격···“메르스 때 악몽 재현 우려”
백화점은 직격탄, 편의점은 소폭 늘어···업종별로 차이 보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유통업계 매출이 전반적으로 감소했지만, 업종별로 보면 희비가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은 매출이 감소한 반면, 편의점은 오히려 증가했다.

7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설 연휴 직후 첫 주말이었던 지난 1~2일 주요 백화점의 매출이 모두 급감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설 연휴 직후 첫 주말(2019년 2월 9일~10일)과 비교해 11% 줄어들었으며 특히 명동 본점의 매출은 30% 감소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주말 매출이 12.6% 감소했고, 명동 본점 매출 역시 23.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전체 매출은 8.5% 줄어들었고 본점 압구정점은 7% 감소했다. 확진자 방문에 따라 임시 휴업에 들어간 곳도 잇따르는 등 매출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카드업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가속화하기 시작한 1월 다섯째 주(1월 27일~2월 2일) A카드사의 하루 평균 카드결제 건수에서도 백화점 소비 감소가 뚜렷했다. 1월 다섯째 주 동안 하루 평균 백화점 카드결제 건수는 1~3째 주에 비해 18.3% 급감했다. 이는 평상시 소비 패턴을 비교하기 위해 설 연휴 기간이었던 1월 넷째 주(1월 20일~26일)는 제외하고 분석한 결과다. 국내에서 1월 20일 중국인 관광객이 처음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뒤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심화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백화점 매출 추이. 백화점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11.9%가 감소했다. /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자료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백화점 매출 추이. 백화점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11.9% 감소했다. /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업계에서는 5년 전 확진자 수가 급증함에 따라 매출이 급감했던 메르스 사태 당시의 악몽 재현을 우려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6월 현대·롯데·신세계 백화점 3사 매출액은 전년 동월에 비해 11.9% 감소했다. 직전 3개월(3~5월) 동안 백화점 평균 매출 감소율이 0.5%였던 것과 비교해 매출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이 시기는 2015년 5월20일 국내 메르스 첫 확진자가 나온 직후였다.

반면 편의점 매출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보통 1~2명이 동시에 이용하고 체류 시간도 1분30초로 짧은 곳”이라며 “지난주(1월27일~2월2일) 매출은 소폭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A카드사의 하루 평균 카드결제 건수에서도 편의점은 타격이 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월 1~3째 주 대비 다섯째 주 하루 평균 편의점 카드결제 건수 감소폭은 5%로 상대적으로 작았다.  

이 같은 현상은 메르스 때도 관찰됐다. 소비자들이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소규모 매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실제 2015년 6월 편의점 매출은 전년 대비 29% 늘어났다. 감염병 이슈에도 편의점 매출이 증가하는 이유로는 백화점 및 온라인에 비해 술과 담배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점이 꼽힌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편의점 매출 추이. 6월 편의점 매출은 전년 대비 29% 늘었다. /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자료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편의점 매출 추이. 6월 편의점 매출은 전년 대비 29% 늘었다. / 자료=산업통상자원부

한편, 주말 휴점을 앞두고 있는 백화점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백화점업계는 별다른 대책 없이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라며 “고객들이 불안해하지 않게 방역활동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출을 늘리기 위한 이벤트를 하기보다는 (코로나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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