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 마련됐지만 협력체계와 역할분담 여전히 모호···한국의 ‘캐노피 프로젝트’ 나와야

2018 빈집이 142만호로 전체주택 7%를 차지했다 /사진=셔터스톡
2018년 기준 우리나라 빈집이 142만호로 전체 주택 7%를 차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셔터스톡

생활 거주자 없이 홀로 방치되는 빈집이 최근 급속도로 늘면서 빈집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통계청 주택 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빈집은 142만호로 전년 126만5000호 대비 12.2% 증가했다. 빈집은 전체 가구 대비 약 7% 비중이었다.

유형별로 보면 아파트가 77만2000호(54.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이어 단독주택 33만2000호(23.4%), 다세대 22만4000호(15.8%), 연립 7만7000호(5.0%), 비거주용 건물 내 주택 2만호(1.4%) 순이었다.

빈집 증가세는 과거 추이를 감안하면 더욱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빈집은 지난 1990년 20만호에서 2018년 142만호로 약 7배 증가한 수준을 보였다. 특히 빈집 142만호 중 43만3000호가 30년 이상 된 주택으로, 노후화도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주택금융연구원 /그래픽=이다인디자이너
출처=주택금융연구원 /그래픽=이다인디자이너

빈집이 증가 추세를 보이며 최근 몇 년간 관련 법 제도도 정비됐다.

2016년 1월 개정 건축법에는 도시지역 빈집 정비에 대해 문구를 명시했다. 2017년에는 빈집 정비 활성화와 빈집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 최소화를 목표로 이른바 ‘빈집법’(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됐다.

오는 5월 시행 예정인 건축관리법에 따라 기존 건축법에 명시된 빈집 정비에 대한 부분이 삭제되고, 빈 건축물 정비에 대한 부분이 이를 대체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9월 전국 111개 지자체에서 빈집 정비 조례도 제정해 운영 중인데, 건축관리법 시행으로 각 지자체가 빈집을 관리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근거가 마련됐다.

정부는 법제도 도입에 맞춰 현재 주거환경 개선사업, 도시재생 사업, 취약지역 개조사업 등의 방식으로 빈집 정비를 시행 중이다. 주로 부지 매입이나 무상임대로 빈집을 확보해 주차장, 커뮤니티 시설, 임대주택 등으로 활용하는 식이다.

지자체별 관련사업으로는 서울시의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 부산시의 햇살등지 사업 등이 있는데, 최근 인천시 미추홀구가 추진하고 있는 ‘빈집은행’도 화제가 된 바 있다. 

하지만 관련 정책 대부분이 실태조사와 물리적 정비에 머문다는 한계가 지적되기도 한다.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빈집 개선 사업들이 대부분 민간이 일시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돼 문제 대응에 어려움이 따른다.

비교적 성공사례로 평가 받는 빈집은행의 경우에도 민간에서 실태조사 후 구청 내 사업 추진 부서와 정비 담당 부서가 분리돼 계획내용과 무관하게 활동한 한계도 지적된 바 있다. 

이다예 국토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빈집 정비 사업에도 민관협력이 시도되는 추세지만 아직까지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협력기반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각자 역할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정비 사업 과정에서 명확한 역할 분담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며 “공공은 조사 결과에 근거해 계획을 수립하면 함께 수행할 민간을 발굴해 제정지원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빈집 문제를 겪은 국가들은 민관협력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영국의 캐노피 프로젝트는 지방정부와 민간이 계약하면 자원봉사자가 수리 후 필요한 사람에게 집을 제공하는 대표적 민관협력 사례다.

영국은 법령 및 정책에서 빈집을 공급자원으로 인식하며 중앙과 지방정부가 협업하는 형태로 조직화했다. 중앙정부의 국가계획 체계 내에서 지방정부가 빈 건축물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것을 권장하며, 이를 정책으로 마련해 실행하는 것이다.

최영상 한국주택금융공사 부연구위원은 “정부와 공공기관의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성공적 사례를 통해 지역 맞춤형 정비사업의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면서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방안을 모색하고 지역 문제까지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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