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확대 및 비이자이익 증대 영향
저금리 장기화 및 금융당국 규제 앞둔 금융권
"올해, 지난해보다 더 어려울 것"

금융그룹 연간 당기순이익 추이/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금융그룹 연간 당기순이익 추이/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하나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각각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KB금융그룹도 3년 연속 3조원 클럽을 달성하며 금융그룹이 줄줄이 호실적을 올리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 및 국내외 경제성장률 하락 등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높은 실적을 거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 하나·신한금융 ‘역대 최대’ 실적···KB금융도 최대 수준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그룹들이 줄줄이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2조4084억원을 거두며 지주사 설립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신한금융그룹도 3조40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6년 연속 순익 증가세를 이어갔다. KB금융그룹도 3년 연속 3조원 클럽을 달성하며 탄탄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날 실적발표 예정인 우리금융그룹도 2조원대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리딩뱅크’로 꼽히는 신한금융과 그 뒤를 잇는 KB금융은 국내 증시 상장사 중 삼성전자 다음으로 순이익이 많았다. 대표적인 제조업체인 현대자동차(3조2648억원)나 SK하이닉스(2조164억원)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금융그룹의 성장세는 주요 계열사인 은행이 큰 몫을 했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전년 대비 2.2% 증가한 2조329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하나은행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2조156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면서 통합은행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거뒀다. KB국민은행 역시 전년 대비 8.0% 증가한 2조439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4대 금융그룹의 순이익은 지난 2018년 사상 처음으로 10조원대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는 11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 저금리·불경기에도 금융은 ‘호황’···비결은 ‘대출 장사’

지난해 기준금리가 두 차례 인하되면서 금융그룹의 수익성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금융그룹이 줄줄이 호실적을 거둔 것과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은 대출 확대에 따른 순익 증대 및 은행권의 기초자산 성장이 비결이라고 말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심화됐지만 대출 자산을 늘려 자산 총량을 확대함으로써 당기순이익 증가를 이끌어냈다”며 “기준금리 인하 및 경기 악화 등 악재들이 많았으나 은행의 기초자산이 강화되면서 그룹 당기순이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신한은행의 원화대출금은 225조2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7.4% 늘었다. KB국민은행의 원화대출금은 269조원으로 전년 말 대비 4.5% 성장했으며, 하나은행 역시 지난 2018년 202조6320억원에서 지난해 218조3850억원으로 7.8% 증가했다.

저금리 추세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비이자이익 부문의 확대도 금융그룹의 실적 성장에 영향을 끼쳤다.

신한금융의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3조1520억원으로 전년(2조3640억원) 대비 33.3% 확대했다. 이는 신한금융의 전체 이익의 28.3%를 차지한다. KB금융도 저금리 기조에 대응해 비이자이익을 지난해 1조9548억원에서 2조2351억원으로 14.3% 늘렸다. 하나금융도 지난해 2조4535억원의 비이자이익을 거두며 전년(1조9212억원) 대비 27.7%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 지난해는 넘겼지만···금융권 “올해 쉽지 않을 것”

그러나 금융권에선 이런 실적 상승세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끝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수익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4분기 NIM은 앞서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7bp(1bp=0.01%포인트) 하락한 1.46%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의 4분기 NIM은 전분기보다 6bp 떨어진 1.61%를 나타냈다. 하나은행 역시 4분기 NIM이 1.41%로 전분기 대비 6bp 감소했다.

또한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금융당국이 은행에 대한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 규제를 강화하면서 비이자이익 부문도 크게 약화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면서 그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며 “DLF 사태 관련한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비이자이익 부문 수익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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