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이사회 간담회 실시 “기존 절차와 일정 변경할 이유 없어”
연임 위한 행정소송 가능성 높아져···차기 우리은행장 선임도 조속히 재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사진=우리금융그룹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사진=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이 손태승 회장에 대한 징계가 통보되기 전까지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이후 일각에서 거론됐던 손 회장의 자진사퇴 가능성은 사라지게 됐다.

행정소송 여부는 징계 통보 이후 논의할 방침이지만 손 회장에 대한 이사회의 지지가 재확인된만큼 우리금융과 금감원의 정면 충돌 가능성이 보다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감독당국과의 소송전은 내부등급법 전환 등 주요 이슈를 앞둔 우리금융에게 큰 리스크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

6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이날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간담회를 열고 손 회장의 거취에 대해 논의했다. 이사회는 “기관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절차가 남아 있고 개인에 대한 제재가 공식 통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견을 내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그룹 지배구조에 관해 기존에 결정된 절차와 일정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0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손 회장에 대한 ‘문책경고’를 의결했다.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와 관련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는 판단이다.

지난 3일에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제재심의 의결안을 원안대로 결재해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최종 확정지었다. 문책경고는 금융사 임직원 징계 중 3번째로 높은 중징계로 해당 징계를 받으면 향후 3년동안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손 회장의 자진사퇴,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재개최 등의 가능성도 제기됐었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징계 통보 전까지 손 회장 체제를 유지하고 통보 이후 대응방안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우리금융 측이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졌다. 행정소송을 진행하면서 법원에 ‘행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 일시적으로 징계 효력이 정지되기 때문에 손 회장은 내달 말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확정지을 수 있게 된다. 징계로 인해 되돌리기 힘든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경우 법원은 대부분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3월초쯤 우리은행에 대한 기관제재를 의결할 예정이다. 손 회장에 대한 징계 통보도 3월초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징계 통보가 주총 전에 이뤄지는 것이 유력한 상황에서 차기 회장 후보를 그대로 유지한 것은 사실상 손 회장의 연임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우리금융이 손 회장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손 회장의 빈자리를 메울 대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말 회추위에서 손 회장과 함께 회장 최종 후보군에 들었던 이는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과 조운행 우리종금 사장, 이동연 우리FIS 사장 등이 있다.

이 중 정 사장과 조 사장은 현재 진행 중인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군에도 들지 못했기 때문에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이 사장 역시 CEO경력이 1년밖에 되지 않는다. 외부인사 외에는 손 회장을 대체할 인물이 없는 상황이다.

또한 행정소송까지 진행되더라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가 내부통제에 실패했을 경우 CEO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시장에서는 내부통제 미흡을 이유로 CEO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감독당국과의 전면전은 향후 우리금융 경영에 큰 리스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우리금융은 자산위험도 평가 방식을 ‘표준등급법’에서 ‘내부등급법’으로 변경하기 위해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태다. 내부등급법 변경은 BIS자본비율 산정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M&A사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우리금융 이사회는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도 조속히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차기 우리은행장 숏리스트에는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와 김정기 우리은행 집행부행장, 이동연 우리FIS 대표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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