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 첫 사업자 모집 유찰
사업설명회 유통업체 대거 참여···본 게임엔 접수 ‘제로’
“공모 지침 공공성 초점, 수익성 확보 어려워”

서울 강남구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  조감도. / 사진=강남구
서울 강남구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 조감도. / 사진=강남구

국내 최대 역세권 개발 프로젝트로 불리는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이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개발 사업을 하겠다는 기업들이 한 곳도 나타지 않아 첫 민간사업자 모집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공모 지침이 공공성에 초점이 맞춰짐에 따라 수익성을 고려한 기업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는 평가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전날(5일)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서울 강남구 수서동 197번지 일원) 사업주관자 모집 공고를 진행했다. 하지만 사업계획서를 접수한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사업은 수서역 일대 철도부지 10만2208㎡에 철도시설과 다른 교통수단 간 환승체계를 구축하고 이와 연계한 인접한 업무·유통·주거단지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번 사업에는 일찌감치 유통 대기업들이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사업이 완료되면 수서역은 서울 지하철 3호선, 분당선, 수서발 고속철도(SRT),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기본계획이 수립 중인 수서~광주 복선전철이 지나는 서울 동남권 교통 허브가 될 전망이다. 특히 수서~광주 복선전철 예비타당성 조사결과 2030년에는 수서역에서 하루 2만5000명의 수송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집계됐다. 유통업체들로선 풍부한 유동인구가 보장되고 동남권 신도시와 강남권 배후입지를 갖춘 노른자땅에 대형 유통시설을 출점할 흔치 않은 기회인 셈이다.

지난해 10월 21일 열린 사업설명회에는 롯데쇼핑과 신세계, AK플라자, HDC현대산업개발, 한화그룹 등 백화점을 보유한 유통업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업계에선 유통 ‘빅3’인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이 사업에 뛰어들지 않겠냐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업계에선 공모 지침이 공공성 강화에 맞춰져 있어 수익성 확보가 힘들고, 최근 불안한 업황으로 인해 유통업체들이 대규모 투자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업체들은 개발 사업 초기부터 막대한 자금을 준비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 사업비는 6700억원으로 책정됐다. 사업신청자는 출자회사 설립 자본금으로 최소 500억원 이상을 제시해야 한다. 환승센터 주변 기반시설 조성도 민간사업자가 떠안는 구조라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또 개발 후 30년간 사업을 임대 운영하는 방식이라 분양을 통한 수익 창출이 어렵고 임대로만 수익을 내야 하는데 인근 시세를 감안했을 때 사업기간 내 수익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그린벨트를 풀어주는 명분으로 공공성을 강화하다보니 수익성과는 먼 개발 사업이 됐다”며 “조건을 변경하고 재공고하지 않는 이상 업체들이 참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아울러 유통업체들은 최근 업황이 불안한 상황으로 지난해 백화점·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0.9% 줄며 5년 만에 역신장했다”며 “수익성 개선을 선순위에 두고 대규모 투자도 자제하는 분위기인 만큼 선뜻 뛰어들기 힘들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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