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미국 대선까지 북미 현 상황 유지 또는 악화 갈림길에 정부 역할 중요”
'남북합의 이행·한미연합훈련 중지' 권고···“정부, 안보리에 대북제재 면제 신청 필요” 주장도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북미 간 대화 교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에 비핵화보다 ‘한반도 평화’ 우선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남북 정상 간 합의 이행, 한미연합훈련 중지, 정부의 안보리 대북제재 면제 신청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러한 조치가 결국 북미 관계와 비핵화를 견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이어지는 교착 상황은 미국의 11월 대선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안이 최종 부결됨에 따라 북미 대화 추진의 여력이 다소 생겼지만 북한이 요구하는 적대 정책과 제재 폐기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이유다.

6일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공화당의 제임스 인호프 상원 군사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안 부결 등에 따라 최근 북한 문제와 관련해 잠잠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밝혔다.

인호프 위원장은 5일(현지시간) VOA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시간이 생겼으니 바로 (미-북 비핵화 협상에) 뛰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고승우 6.15언론본부 정책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 까지 북한에게 핵실험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도 하지 않는 현 상태로 있어달라는 입장으로 보인다”며 “북한도 미국 대선 때까지는 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될지 알 수 없기에 현 상황 유지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광수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안이 부결돼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대화 추진 여력이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현 상황 관리와 새 협상 시작 중 대선에 무엇이 유리한지 계산할 것”이라며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요구하는 군사적 위협 해소와 제재 완화에 대한 긍정적 답을 내놓지는 못할 것이기에 현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처럼 비핵화를 논의하는 북미 대화가 올해 진전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이 주목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최대한으로 남북 협력 등 관계 진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개별 대북관광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 정부에 대북제재에 동참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미 국무부 관계자는 “미국은 남북협력을 지지하며, 한국 정부 관리들이 재확인했듯 남북협력이 반드시 비핵화의 진전과 보조를 맞춰 진행되도록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조율하고 상의하고 있다”고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북한 비핵화 우선 틀에서 벗어나 ‘한반도 평화’를 우선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북미 간 비핵화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하고, 이는 북한의 비핵화를 이끈다는 주장이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한국이 적극적 역할을 하지 못하면 현 상황 유지도 어려울 수 있다. 한미연합훈련 시기 등에 위기가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는 비핵화 프레임에서 벗어나 평화를 우선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를 위해 남북 정상 간 합의들을 이행하고 개성공단 재개와 금강산 관광 재개에 적극 나서라는 것이다.

김광수 이사장도 “이제는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북미 관계를 풀어야 한다”며 정부가 한미연합훈련 중지와 남북정상회담 약속 이행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고승우 위원장은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대북제재 일부 면제를 신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가 2017년 9월 합의한 대북 제재 결의 2375호의 26항은 ‘유엔의 대북 제재가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조처에 역행하거나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경제활동, 상호협력, 식량 원조, 인도주의적 지원, 원조 또는 구호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거나 중단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제재 조치 일부를 면제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28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 회담의 재개와 2005년 9.19합의를 지지한다’는 내용이며, 29항은 ‘한반도,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은 매우 중요하며 상황의 평화적이고 외교적, 정치적 해결을 지지한다’고 돼 있다.

고 위원장은 “이러한 조항들에 따라 정부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남북철도 연결, 개성공단 재개,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 관해 제재 면제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며 “특히 개성공단 중단으로 우리 기업들의 사유 재산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 제재 면제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당사자 입장에서 남북 관계의 자율적 공간을 확보하도록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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