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분산으로 동시 구독 강요
경제적 부담·심리적 피로도 높아져

이미지=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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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플랫폼들도 대거 등장했다. 통신사·방송사를 비롯해 다양한 업체들이 OTT 시장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콘텐츠가 점차 분산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각 플랫폼이 독점 콘텐츠를 내세우면서, 소비자들은 여러 OTT를 동시에 구독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시장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디즈니 등 대형 글로벌 업체들이 OTT 시장 진출에 본격 나서면서, 이에 대항하고자 토종 OTT들도 대거 출범했다. 대표적으로 지상파방송 3사와 SK텔레콤이 합작한 ‘웨이브’, KT가 서비스를 시작한 ‘시즌’ 등이 있다. 아울러 올 상반기에는 CJ ENM과 JTBC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통합 OTT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다양한 OTT 플랫폼의 등장은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플랫폼이 증가하면서 콘텐츠가 점차 분산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현재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웨이브의 경우, SKT OTT 서비스인 옥수수가 제공하던 tvN·OCN·Mnet 등 CJ ENM 계열 채널을 출범 초기부터 이용할 수 없었다. 지난달 말부터는 JTBC 다시보기(VOD) 서비스도 중단됐다. 이는 JTBC와 CJ ENM이 상반기에 출범할 통합 OTT 법인을 감안해 나온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소비자가 많다. 김희경(27·가명)씨는 “과거 옥수수에 이어 최근에는 웨이브를 이용하고 있다”며 “옥수수에서 웨이브로 넘어올 때도 tvN 드라마를 볼 수 없어 아쉬웠는데, 이제는 ‘슈가맨3’ 등 JTBC 인기 예능마저 볼 수 없게 됐다. 현재 다른 OTT 플랫폼과의 동시 구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역시 다양한 영화, 해외 드라마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국내 방송 콘텐츠는 많지 않다. 사실상 해외 드라마 및 영화, 국내 방송 콘텐츠를 모두 즐기려면 최소 2개 이상의 OTT 서비스에 가입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각 OTT 서비스는 독점 콘텐츠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말 그대로 독점이다 보니, 해당 플랫폼 외에는 시청이 불가능하다. 이 역시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직장인 김민혁(33·가명)씨는 “현재 2개의 OTT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비용 면에서 아직은 큰 부담이 되지는 않지만, 향후 OTT 플랫폼이 늘어나 독점 콘텐츠가 더 늘어나면 몇 개까지 구독해야 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OTT 서비스가 대중화된 미국의 경우, 여러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1개 이상의 OTT를 구독하는 소비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지난해 OTT 가입자들를 조사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OTT 이용자 중 29%가 3개 이상의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개의 OTT에 가입한 사용자는 21%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다수의 OTT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해야만 하는 상황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구독피로를 느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경고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관계자는 “OTT 서비스 각각이 고도로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어, 과거와 같이 단일 플랫폼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콘텐츠를 원스톱으로 시청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며 “복수의 OTT 서비스를 동시에 가입해야 할 경우, 경제적인 부담 증가뿐만 아니라 다수의 OTT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심리적인 피로도 역시 상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 글로벌 OTT 업체들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OTT 업체들 간의 연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두남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방송사와 통신사는 각각 독자 플랫폼 구축을 구상하고 있다. 이 경우 플랫폼 분산으로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열위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며 “넷플릭스 등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국내 주요 사업자들이 전략적 제휴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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