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전시까지 연례 행사 개최 보류
LG전자 MWC 불참·SK텔레콤 규모 축소
중소기업 영업 기회 줄어···기업 불확실성 가중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중국행 항공기 탑승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중국행 항공기 탑승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국내외 IT전자 행사도 비상이다. 이달에만 국내 산업계 연례행사 3개가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됐다. 다른 행사도 규모를 축소할 전망이다. 올해 사업 전략을 밝히고 고객사에 영업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 전자업계가 울상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오는 17일 예정된 정기총회의 서면 진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17일 예정된 정기총회의 서면 진행을 검토 중이며 이번주 중으로 개최 형태를 결정할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매년 진행된 이 행사는 국내 주요 디스플레이 업계 임원 등이 모여 협회 한해 계획을 공유하고 교류한다. 

국내 반도체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역시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오는 10일 개최할 정기총회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장비 및 소재 기술 전시회 일정도 취소됐다. 이날부터 오는 7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세미콘 코리아2020은 끝내 무산됐다. 세미콘은 주요 7개 국가가 번갈아 주최하는 반도체 업계 최대 행사다. 중소 장비 및 소재사에겐 대기업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올해 세미콘 코리아에선 55개사가 참여해 2200여개 부스가 전시될 예정이었다.

세미콘에서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었던 일부 업체는 행사 취소로 발표 자리를 옮겼다. 당초 세미콘에서 기조연설을 하기로 했던 영국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그래프코어는 세미콘 취소 여파로 기자 간담회를 소규모로 개최했다.

국내 주요 전자 기술을 전시하는 ‘한국판 CES’도 무기한 연기됐다. 이날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등 6개 공동 주관 기관은 보도자료를 내고 오는 17~19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대한민국 혁신산업 대전’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한국 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 전자 업계 행사도 규모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이달 중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20 행사에선 참관객이 줄고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관측된다. MWC는 전세계 스마트폰 및 이동통신업계의 연례 최대 행사다. 매년 10만명 규모가 참관한다. 참가업체들은 매년 MWC를 신제품 공개는 물론 고객사 영업과 기술 교류의 장으로 활용한다.  

그러나 올해는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 행사를 주관하는 GSMA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신종코로나로 인한 영향은 아직까지는 최소 수준”이라며 행사를 강행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일부 업체들은 전시 규모를 축소했다. 

한국에선 LG전자가 올해 MWC에 불참한다. LG전자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대규모 전시회 참석으로 인해 직원들의 건강이 우려된다”며 불참 배경을 밝혔다. SK텔레콤 역시 당초 계획했던 박정호 대표의 MWC 기자간담회를 취소했으며,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ZTE도 MWC 미디어 간담회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행사 취소는 우한 폐렴 사태로 인해 기업들이 부담하게 될 불확실성을 단적으로 드러낸 결과라고 풀이한다. 대기업은 시장 동향을 살피고 협업을 모색할 기회를 잃었고 중소 기업은 고객사 영업의 기회를 놓쳤다. 업계 관계자는 “연례 행사 취소로 인해 정해진 일정을 모두 변경해야 했다”면서 “행사 취소로 인한 비용 부담보다 홍보 기회가 줄어든 점이 더 아쉽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우한 폐렴 사태로 인해 중국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는 기업은 물론, 전방 완제품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제조업체들이 영향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소비가 위축되면서 세트업체들의 생산 감소가 예상되는 점은 당연하다"면서 “주요 부품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공정 특성상 가동을 멈췄다가 재가동하는 데에만 2주일 이상 걸릴 수 있어 대다수 제조사들이 양산품 없이 라인만 돌리고 있는 상태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는 부품과 소재가 있어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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