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화재 원인 조사 결과 이르면 금주 내 발표···‘배터리 결함’을 원인으로 지목할 듯
해외 ESS와 비교해보니···국내 ESS, 설치 단계부터 운영 방식까지 ‘허점투성이’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2017년 8월 전북 고창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28건이 보고된 에너지저장장치(ESS) 연속 화재에 대한 정부의 원인 조사 결과 발표가 이르면 이번주 내에 나올 전망이다. ESS란 태양광·풍력 등과 같이 특정 시간대 혹은 특정 여건 하에서만 전력 생산이 가능한 상황에서, 필요할 때 생산된 전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저장해놓는 장치를 일컫는다.

발표가 나와야 정부가 지목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알 수 있겠지만, 조사위원회 안팎의 전언에 따르면 주요 원인으로 배터리 결함이 지목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연속 화재의 원인이 배터리 결함으로 결론 지어질 경우, 1차 조사 당시 “배터리 결함이 아니다”라고 장담했던 정부가 스스로 당시 조사 결과를 뒤집는 꼴이 된다.

업계는 비상이다. 지난해 ESS 연속 화재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LG화학·삼성SDI 등은 내부적으로 배터리 결함이 화재 원인으로 지목될 상황을 대비해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더불어 배터리 결함만을 화재 원인으로 단정하기엔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ESS 화재가 유독 국내에 집중돼 있는 점이 의아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LG화학과 삼성SDI 등 모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ESS에도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공급되는 배터리도 동일하다. 현재까지 ESS 배터리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이 두드러지는 업체도 이 두 회사다. 이를 이유로 국내외에 설치된 ESS 간 차이점이 연속 화재의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외에 설치된 ESS들은 설치환경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해외의 경우 ESS가 독립된 건축물 내부에 장착된 것이 일반적이다. 자연히 온도 및 습도도 엄격히 관리된다. 특히 배터리는 온도에 매우 민감해 18~28℃ 사이에서 최적의 효율을 나타낸다. 또 해외에서는 연중 상시 일조량이 높고 건조한 지역의 ESS 설치 비율이 높은 편이다.

반면 한국은 4계절이 뚜렷해 온도·습도 차이가 크다. 해외 ESS들보다 온도·습도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독립된 건축물로 설치된 경우가 손에 꼽힐 정도다. 가건물에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SS 설치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다. 설치 과정에서도 해외의 경우 작업자 및 준공 기준이 엄격한 반면, 국내의 경우 전문성이 없는 경우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온도 변화가 클수록 ESS 건축물이 견고해야 하는데 국내의 경우 이 부분에서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비전문가들의 시공이 빈번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정부가 태양광 등에 보조금까지 쥐어주며 보급을 촉진했고, 이같이 허술한 ESS들이 전국에 난립하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ESS 발화점이 배터리이다 보니 배터리 결함이 가장 먼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무엇보다 온도·습도 등에 취약한 배터리가 올바른 기준 아래 설치되고, 관리감독이 잘 이뤄졌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흡한 상태에서 설치된 ESS들이 상시 최대치의 충전률을 가동하다 보니 무리가 나타나지 않았겠느냐”며 “견고하게 설치된 해외 ESS에서도 충전률 80%를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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