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일과 7일 대한항공·한진칼 각각 이사회 열릴 전망
적자 칼호텔 팔아 재무구조 개선해 주주 표심 얻기···호텔 기반의 조현아 전 부사장 입지 줄이기도 동시 모색
조원태, 조현아 전 부사장보다 경영 능력 평가·여론 등에서 상대적으로 앞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사진=대한항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사진=대한항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수익이 나지 않는 호텔 사업을 정리할 가능성이 커졌다. 호텔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해 주주들의 표심을 얻고, 동시에 대립 중인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입지를 좁아지게 할 것으로 보인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은 오는 6일과 7일 대한항공과 한진칼 이사회를 열고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비핵심 자산 매각 및 사업부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과 배당 확대를 통한 주주 친화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적자에 허덕이는 호텔 사업을 정리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이는 과거 KCGI가 제시한 내용으로, 조 회장과 경영권을 두고 대립 중인 조 전 부사장이 애착을 갖고 있어 조 회장 입장에서는 1석2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그룹 계열사인 칼호텔네트워크는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다. 매출은 1000억원대에서 성장을 멈췄으며 매출 대비 손실이 커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나가기에는 큰 의미가 없는 곳이기도 하다.

이에 KCGI는 지난해 ‘한진그룹의 신뢰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기업가치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칼호텔네트워크‧LA윌셔그랜드호텔‧와이키키리조트‧제주도 파라다이스호텔 등 항공 사업과 시너지가 낮은 부문에 대한 투자 당위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조 전 부사장이 ‘땅콩 회항’ 사건 후 칼호텔 대표로 복귀하는 등 호텔 사업에 기반과 애착을 갖고 있어, 조 회장 입장에서는 이참에 호텔 사업부를 정리하며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는 상황이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항공업계 침체를 예상하며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 “조원태, 경영 능력·여론 면에서 조현아보다 앞선다” 평가

조원태 회장은 2003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여객사업본부, 그룹경영지원실 등에서 지내며 경영수업을 받아 왔다. 이후 2016년 대한항공 부사장 및 대표이사에 선임되고 이듬해 사장 자리에 올랐다. 조 회장이 대표를 맡은 2016년 대한항공은 영업이익 1조1208억원을 기록하며 수익이 크게 개선됐고, 2018년에는 매출 13조203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또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를 강화해 수익 개선에 나섰으며, 지난해에는 고(故)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 의장직을 맡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이처럼 조 회장이 경영 능력을 입증한 반면, 조현아 전 부사장은 호텔 사업 외에는 별다른 경험이 없다. 호텔 사업마저도 앞서 언급했듯이 갈수록 수익이 악화되며 정리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현재로선 조 전 부사장 측에서 딱히 내세울 만한 전문경영인도 없는 상황이다. 측근으로 알려진 조병택 전무, 양준용 상무, 함건주 상무 등도 모두 기내식 사업을 전담했다. 게다가 이들은 지난 인사에서 모두 현직에서 물러났다.

항공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다른 업계에서 전문경영인을 데려오기도 쉽지 않다. 또 FSC(풀서비스 항공사)와 LCC(저비용항공사)의 사업 운영 방식도 크게 달라 사실상 대한항공 내부 인사나 아시아나항공 출신 말고는 대안이 없다. 외국 경영인의 경우 항공법상 국적항공사 임원으로 오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편, 우호세력 등을 합친 둘의 지분 차이는 1% 남짓으로 한진칼 지분 4.11%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과 나머지 개인 주주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국민연금이 여론 등을 우려해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 조 전 부사장은 땅콩 회항을 시작으로, 남편 폭행‧폭언 영상 등이 퍼지며 총수 일가 중 최악의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3월 열리는 한진칼 주총의 향방은 6~7일 열리는 이사회 발표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사회에서 발표하는 주주 정책에 따라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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