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다녀간 상권 활기 잃어···상인들, 메르스 사태 재현될까 전전긍긍
메르스 때 보상 있었지만 제한적···정부 차원 피해대책 마련 시급

“안 그래도 자영업자들 힘들어지고 있는데···요즘 더 힘드네요.”

“거리 조용한 것 보세요. 사람들이 밖에 나오지도 않는 것 같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가 휩쓸고 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상인들은 기자에게 이같이 하소연했다. 지난 2일 신사동 거리는 주말임에도 한산했다. 편의점, 음식점에서도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감염 우려로 외출하지 않는 사람이 늘면서다.

지난 31일 3번째와 6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음식점 '한일관' 측이 게시한 홈페이지 공지사항. / 사진=한일관 홈페이지
지난 31일 3번째와 6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음식점 '한일관' 측이 게시한 홈페이지 공지사항. / 사진=한일관 홈페이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상권은 3번째와 6번째 확진자가 함께 식사한 것으로 알려진 한일관이 있는 곳이다. 한일관 측은 지난달 31일 홈페이지를 통해 “한일관 본점은 3번째 확진자 방문 후 보건소 지침에 따라 방역을 했다”며 “다시금 위생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5일까지 휴무하니 양해해 달라”고 공지했다.

휴업에 들어간 한일관 외에도 해당 상권 상인들은 고객 발길이 줄어든 걸 체감하고 있었다. 인근 영업장을 대상으로 취재해 본 결과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일관 옆에 있는 본가광양불고기 업주는 “당장 지난 토요일만 해도 14명의 팀이 예약을 취소했다”며 “힘들지만 임대료가 올라서 충당하려면 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광양불고기 맞은편에 있는 강남식당 업주 역시 “점심에는 회사원들이 있어서 평소와 비슷한데 저녁 장사는 신종 코로나 사태 전과 차이가 크다”며 “문도 1시간 이상 일찍 닫는다”고 전했다.

실제 기자가 방문해 인터뷰를 진행하는 1시간 동안 단 한 팀의 고객도 들어오지 않았다.

2일, 5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돈암동 음식점 역시 휴업 중이었다. 기자가 3일 다시 방문해 봤으나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은 여전히 게시돼 있었다. / 사진=김용수 인턴기자
2일, 5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돈암동 음식점 역시 휴업 중이었다. 기자가 3일 다시 방문해 봤으나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은 여전히 게시돼 있었다. / 사진=김용수 인턴기자

2주간 잠복기를 거쳐 더 많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역 상권의 고통은 당분간 더 커질 전망이다.

이날 기자가 만난 업주는 “임대료랑 인건비는 올랐는데 이렇게 장사가 안 돼서 걱정”이라며 “(신종 코로나 사태가)빨리 끝나지 않으면 우리 같은 상인들 손해는 어떡하냐”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본격 확산 기간(6월 8~14일) 외식업 매출액 감소율은 38.5%에 달했다. 매출이 줄어들면서 폐업 역시 속출했다. 지역 상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관련해 피해 보상을 촉구하는 이유다.

◇ 지자체의 상인 피해 우회 지원 있지만···“중앙정부 직접 지원 필요”

자영업자 개인이 국가나 확진자에게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하기가 어려운 만큼, 정부나 광역자치단체 차원으로 시행되는 구제책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실제 서울시 등 광역자치단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영업손실을 입은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지난 3일 서울시는 중소기업육성기금을 활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피해를 본 서울 소재 소상공인에게 총 5000억원의 긴급자금을 1.5%의 저금리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비비 50억원을 중소기업육성기금에 긴급 투입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피해 기업 지원자금(가칭)’을 편성했다”며 “직간접 피해 기업들에게 적기에 자금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확한 피해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사안의 긴급성을 감안한 우선 지원의 성격이다. 향후 피해 규모 및 자금 수요에 따라 지원 규모 확대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강남구도 소상공인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경기가 위축돼 어려움을 겪는 관내 소상공인을 위해 이달 12일까지 1차 융자 지원을 받는다. 4일 강남구청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이달 중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6억원을 추가 출연해 특별신용보증 융자 한도를 117억원까지 확대할 것”이라며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은 자발적으로 휴업에 들어간 영업장이나 인근 상인의 영업손실에 대한 직접 보상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구제책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서울시 및 강남구청은 피해 업주에 대한 재정 지원의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구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지침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인 보상 지원 방안에 대한 질문에 “의회 성격상 시청 예산의 집행 승인 등 기능을 하는 것이지, 직접적으로 선행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강남구청 식품위생과 관계자는 “식품진흥기금 융자 지원을 확대해 피해 상인을 지원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지만 임의로 판단하기보다는 중앙 부처에서 움직임이 있어야 발맞춰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동·본청과 협조해 1만5000여개 업장 모두 방문하는 것을 목표로 현장점검 등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 메르스 사태 당시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에 따르면 피해 보상은 가능하지만, 보상액수 및 지원 절차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며 “국가적인 재난 사태에 피해를 입은 분들에 대한 신속하고 충분한 보상의 필요성은 충분해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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