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1분기 경제성장률 0.4%p 하락 전망···글로벌 사업 악영향 우려
주요 시중은행, 현지 모니터링 강화 방침···별도 대응체계는 ‘아직’

마스크를 착용한 채 베트남 박닌 휴대전화 공장에 출근 중인 베트남 현지 직원들의 모습/사진=연합뉴스
마스크를 착용한 채 베트남 박닌 휴대전화 공장에 출근 중인 베트남 현지 직원들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중국 우한발(發)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가 은행권의 신남방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을 넘어 인접 국가들로 확산됨에 따라 동남아 국가들의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 진출에 힘을 기울였던 국내 시중은행들은 현재 관망세를 유지하는 중이다. 당장 글로벌 진출 전략을 수정하기보다는 국내 시장과 비슷한 수준으로 대응체계를 강화하면서 변화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동남아 시장에까지 번지고 있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지난달 30일 신종 코로나의 여파가 홍콩과 베트남, 한국 순으로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과 가장 밀접한 홍콩의 1분기 GDP 성장률은 무려 1.7%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베트남과 한국은 0.4%포인트씩 떨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또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에서 운영하는 ‘경제외교 활용  포털’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에 대한 염려로 베트남의 증시 지수 VN-Index가 지난달 30일과 31일 총 5.53% 하락했다. 이는 지난 3주간의 VN-Index 성장률을 상쇄하는 수치다.

4일 오전 9시를 기준으로 베트남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8명을 기록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캄보디아 등에서도 각각 8명, 18명, 1명 등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선진국들에 비해 이들 국가의 방역체계가 미흡한 점을 고려하면 베트남의 경기침체 징조가 동남아 전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동남아 지역의 신종 코로나 리스크가 국내 은행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국내 은행들은 베트남을 필두로 한 동남아 시장 진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신한베트남은행은 베트남 내 외국계 은행 중 가장 많은 36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베트남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비엔화지점을 열며 베트남 현지 영업점을 11개까지 늘렸다. 하나은행 역시 지난해 11월 베트남 자산 규모 1위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의 지분을 15% 인수해 2대주주로 올라섰으며 KB국민은행도 지난해 말 캄보디아의 소액대출 금융기관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의 지분 70%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글로벌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아직 동남아 내 확진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아니다”며 “다만 동남아의 베트남과 캄보디아 같은 국가의 경우 중국과 교류가 많기 때문에 간접적인 영향을 피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이어 “은행들이 소매금융 시장 위주로 동남아 시장에 진출해 있기 때문에 기업 부실에 대한 리스크가 비교적 작은 편이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들은 적극적인 대응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국내 영업점과 유사한 수준의 대응체계를 유지하면서 모니터링을 평소보다 강화할 방침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중국 내 지점에 대한 대응 방안은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만 동남아 지역에 대한 별도 대응책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며 “직접적으로 영향이 나타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황을 주시하고만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측 역시 “현지 지점 영업과 관련해 위생을 강화하는 동시에 경기 변동 사항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국민은행도 마찬가지로 “글로벌 부문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현지 영업점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지 직원들이 근무 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있고, 국내에서 손 소독제와 마스크를 지원했다”며 “국내와 유사한 정도의 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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