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예측 나선 기업 8곳 중 7곳이 소부장 기업
바이오 투심 악화 및 소부장 관심 증가 영향 받은듯
‘대형어’ SK바이오팜 상장, 바이오 업종에 온기 미칠 지 주목

기업공개(IPO) 시장의 단골손님인 바이오 업종이 올해 들어선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불거진 각종 악재에 최근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기업들에 관심이 높아진 점이 이 같은 현상의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올해 상반기 SK바이오팜이라는 대형어가 상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바이오 업종이 다시 IPO 시장을 뜨겁게 달굴 수 있을 지 주목된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8개(스팩·SPAC 제외)의 기업이 이달 중 기관 수요예측에 돌입한다. 이 시기는 IPO 시장의 비수기로 2018년 4곳, 지난해 3곳의 기업이 기관 수요예측에 나섰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에는 이례적으로 많은 기업이 상장에 나서는 것이다. 

연초부터 활발한 모습을 보이는 IPO 시장에서 특징적인 점은 바이오 기업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바이오 업종은 IPO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바이오 업종에 갖은 악재가 나왔던 지난해에도 신규상장 기업(75개사)에서 바이오 관련 기업(의료기기 포함)이 차지하는 비중은 25%(19개사)에 달했다. 그러나 이달까지는 바이오주 대신 소부장 기업들의 IPO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4일 기준. / 표=시사저널e.
4일 기준. / 표=시사저널e.

실제 이달 수요예측에 들어가는 기업 8곳 중 ‘서남’(에너지 소재), ‘엔에프씨’(화장품 소재), ‘레몬’(나노 소재),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항공기 소재 및 부품), ‘제이앤티씨’(전자 부품), ‘서울바이오시스’(전자 부품), ‘엔피디’(전자 부품) 등 7곳이 소부장 업종으로 분류된다. 온라인 광고대행사 ‘플레이디’만 유일하게 소부장 기업에 속하지 않는다. 

IPO 시장에서 주연이었던 바이오 업종의 부재는 업종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오 업종은 지난해 분식회계와 연이은 임상 실패 이슈 등으로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에 바이오 업종의 IPO 수는 전체 대비 많았지만 기관 수요예측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4분기 10개의 바이오 기업이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7곳이 경쟁률 100대 1을 넘지 못했고, 8곳이 공모가 밴드 하단이나 하단 미만에서 공모가가 결정된 바 있다.

소부장 기업에 높아진 관심도 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소부장 기업들은 지난해 일본의 무역 보복 이후 나온 정부의 소부장 산업 육성 정책에 힘입어 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조명을 받고 있다. 정부는 이들의 성장을 지원하고자 상장 예비심사 기간을 단축해주는 소부장 상장 패스트트랙제도까지 마련했을 정도다. 증시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소부장 기업들이 투자 기대감에 강세를 보이면서 그 온기가 IPO 시장에도 전달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바이오 업종이 다시 IPO 시장을 달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바이오 업종에서 대형 IPO가 나올 예정인 까닭이다. SK바이오팜이 그 주인공으로 지난해 말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뇌전증 신약후보 물질의 품목 허가를 받는 등 시가총액 5조원 이상의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SK바이오팜은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상태다. 증권업계에서는 4월 말 공모를 거쳐 올해 5월 중 상장을 예상하고 있다. 이밖에 시가총액 1조원 이상으로 평가받는 CJ헬스케어 역시 이르면 연내 상장 가능성도 있어 IPO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을 지 주목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바이오 업종에서 임상 실패 소식이 연이어 나오면서 증시뿐만 아니라 IPO 시장에서도 냉기가 돌았다”며 “블록버스터급 매출 가능성이 가시화된 SK바이오팜이 성공적으로 상장에 나설 경우 바이오 업종 전반에 대한 기대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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