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완벽히 대체할 국가 찾기 어렵지만 공급망 포트폴리오 다양하게 해야”
생산 인력 및 기술 갖춘 베트남 및 인도 다시 부각돼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중국행 항공기 탑승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중국행 항공기 탑승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중국 우한에서 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사태가 확산되면서 재계에선 중국에 의존하는 현 산업구조의 변화 필요성을 새삼 체감하고 있다. 중국을 완벽히 대체할 만한 곳은 아직 없지만, 인도·베트남 등으로 공급망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신종 코로나 사태는 특히 한국 기업들에게 직격탄이 되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지 못하게 된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는 공장을 멈추게 됐다. 그나마 확보하고 있는 부품이 떨어지게 되면 팰리세이드 등 인기 차종의 생산이 불가능하게 된다. 올해는 모처럼 기지개를 좀 펴 볼까 했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업계도 비상이다.

중국 공장이 멈춰서는 것은 물론, 중국 시장에서의 수요 감소도 걱정해야 한다. 그밖에 디스플레이업계 등 사실상 대한민국 대표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든 곳이 영향권에 놓여 있다.

탈(脫)중국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단순히 신종 코로나 때문만이 아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중국 입김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는 일이 허다했다. 사드 사태가 대표적 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기업 입장에서 중국을 완전히 대체할 만한 국가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에서 공급받는 자동차부품이 엄청난 기술력을 요구받는 부품은 아니지만, 중국만큼 노하우를 갖고 있고 또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은 없다”며 “그래서 일단 우리로선 천재지변처럼 현 상황을 기다려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을 완전히 대체한다는 차원이 아닌, 생산기지 포트폴리오 등을 다양화할 필요성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본 불화수소 사태와 이번 우한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 어느 한 국가에 공급망을 의존하게 되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또 발생할 수 있다”며 “생산기지 등을 좀 더 다양한 국가로 분산시킬 필요성이 확인된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기업들이 눈을 돌리는 곳은 인도와 베트남이다. 정봉호 한국경제연구원 지역협력팀장은 “(중국 외 공급망 및 시장을 찾는다면) 단연코 인도와 베트남을 꼽을 수 있다”며 “베트남은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고 인도는 시장 규모가 받쳐주기 때문에 글로벌 자금들이 두 나라로 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도 끊임없이 두 국가에서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노력 중인 가운데 더욱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 부회장은 지난해 말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푹 총리는 이 부회장에게 베트남이 삼성전자의 세계 최대 생산 거점이 될 수 있게 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을 생산하고 있다.

SK와 한화그룹은 베트남 1위 기업인 빈 그룹의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적극적 방식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한 4대그룹 관계자는 “베트남은 숙련된 생산 인력들이 받쳐주고 있어 생산기지를 짓기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13억 인구의 인도 역시 이미 국내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는 5억 달러를 투자해 인도에 공장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관세 문제로 인도에서 TV 생산을 중단했던 삼성전자는 최근 다시 TV 생산을 재개키로 했고, 기아차도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아난타푸르에 대규모 공장을 준공했다. 그밖에도 중남미· 동남아 등 다양한 국가들로 국내 기업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한 국가에만 공급을 의존하면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는 것을 최근에 더 확실히 알게 된 것 같다”며 “공급망을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으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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