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대기’ 대차잔고, 1월 들어 56조원으로 상승
외국인,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종 집중 매도
업계 “대차잔고 증가, 우한폐렴 따른 일시적 현상”

코스피가 상승 출발한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물을 마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코스피가 상승 출발한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물을 마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올해 들어 공매도 대기자금으로 여겨지는 주식 대차잔고가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이다. 주식 대차잔고는 지난해 8월 사상 최대치인 58조원을 기록한 이후 작년 연말 49조원까지 감소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다시 50조원을 훌쩍 뛰어넘으며 연초 주가 상승에 비관론을 키우고 있다.  

◇1월 대차잔고 56조원, 전월 대비 19%↑

4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1월 주식 대차잔고는 56조5160억원을 기록하며 작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달(47조4075억원)과 비교하면 19.2%나 크게 늘어났다. 2016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대차거래 잔고는 증시에서 주식을 빌려 거래하고 남은 물량으로, 통상 공매도 선행지표로 여긴다. 공매도 투자자가 대차거래를 이용해 미리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사들여 갚기 때문이다. 

보통 대차잔고가 늘면 주가 하락을 전망하는 투자자가 많아졌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실제 주가 하락이 이어지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에도 대차잔고가 58조2068억원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이에 코스피는 2000선이 붕괴됐다. 이때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반도체 부품 관련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올해 들어서는 작년 연말 들어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이 나오면서 대차잔고가 47조원까지 크게 감소한 바 있다. 이에 코스피도 12월20일에 2200선을 회복했다. 올해 들어서도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 순매수가 일어나며 코스피는 1월22일 2267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후 중국 전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확산되면서 대차잔고 증가와 함께 코스피 지수도 크게 떨어지는 중이다. 

주식 대차잔고 금액 추이. / 그래프=예탁결제원

◇외국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량 매도

현재 신종 코로나 사태는 지난해 저점을 찍고 회복기에 들어선 국내 반도체 업계에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중국 대부분 지역에 연휴기간을 9일까지 연장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등 중국에 공장을 둔 반도체 기업들의 공장이 일시 가동 중단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들 업체들은 현재까지 재고 수급에 큰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신종코로나 사태가 길어질 경우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매도 규모를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가 떨어지기 시작한 1월24일 이후 외국인은 지난 3일까지 코스피에서 총 1조4412억원을 팔아치우며 연초에 강한 매수를 이어가던 기조를 바꾸고 있다. 

특히 같은 기간에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전자를 위주로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8056억원, 1215억원 순매도해 코스피 종목 가운데 가장 많이 팔아치웠다. LG전자도 389억원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차잔고가 늘었다고 공매도로 모두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규모가 커진 만큼 공매도 물량도 많아질 수 있다”며 “다만 우한폐렴 사태가 해소되면 향후 주가가 다시 상승할 수 있다. 공매도 증가를 크게 우려할 부분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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