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노동시민단체 “정경유착 끊기는커녕 면죄부 우려”
논란 속 준법감시위 5일 본격 출범···삼성전자 등 7개 계열사 참여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연합뉴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권고하고 이를 앙형 판단에 반영할 의사를 밝히자, 정치인들과 시민단체가 “사법정의를 무너뜨리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노동·시민단체들은 4일 국회에서 ‘재벌개혁·정경유착근절·사법 정의 실현을 희망하는 국회의원·노동·시민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이 부회장이 파기환송심까지 받게 된 배경을 두고 “대법원은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뇌물과 부정한 청탁을 더 엄격하게 판단해 다시 정의롭게 판결하도록 한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그러나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공판진행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기는커녕 또 다시 재벌의 범죄행위에 대해 봐주는 것 아니냐는 국민들의 우려와 분노를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재벌총수의 양형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유를 제시한 것 아닌가 의혹을 살 수 있는 발언들을 했다. 삼성은 재판부의 훈수에 호응이라도 하듯이 최근 준법감시위원회를 발족시켰다”며 “그럴싸하게 포장되었지만, 결국 재벌총수 봐주기라는 포석 아닌가 하는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고 꼬집었다.

또 “법적 권한과 책임도 없는 외부 기구인 준법감시위원회가 이재용 부회장의 범죄 행위에 대한 면죄부가 되어 형량을 고려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절대로 안된다”며 “삼성이 급조한 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의 지배구조에 개혁적 결과를 담보할 지 여부는 향후 수년이 지나야 검증될 수 있는 것으로 단기간에 평가하기는 불가능한 것이다”고 했다.

아울러 이들은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및 증거인멸 사건도 뇌물수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검 수사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 사건(뇌물공여 등)의 배경이 이재용 부회장을 위한 후계 작업이었음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파기환송심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임원들이 저지른 범죄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하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과 의도적 가치 불리기,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증거인멸 등 연관된 사건들의 증거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공정하고 투명한 재판운영을 통해 재벌체제의 혁신과 정경유착의 근절을 이끌어 사법 정의를 세우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결코 이 재판의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며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범한 죄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을 묻는 판결로 사법정의를 제대로 세우고, 재벌개혁과 정경유착 근절의 계기를 만들 수 있기를 다시 한 번 간절히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날 회견문에는 민주당 이종걸·정성호·이학영·송갑석·정은혜·제윤경 의원과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정의당 심상정·김종대·여영국·윤소하·이정미·추혜선 의원,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 민중당 김종훈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노동 및 시민단체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한국YMCA전국연맹 등이 참여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8월 29일 뇌물공여, 횡령, 재산국외도피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항소심에서 인정되지 않았던 승마지원 관련 말의 비용이나 영재스포츠센터 지원금액 등을 뇌물·횡령액으로 판단했다. 항소심은 1심이 인정한 이 부분 뇌물 및 횡령 혐의를 무죄로 보고 1심의 징역 5년 실형 선고를 뒤집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한편, 삼성 준법감시위 5일 첫 회의를 열고 본격 출범한다. 삼성 준법위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7개 계열사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협약을 전날까지 이사회 가결을 통해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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