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현대제철 영업이익률 각각 6.0%·1.6%···“양보 여지 없어, 이번엔 인상해야”
車업계 덮친 우한發 가동 중단···車강판 인상 불가피한 상황에서 조선용 후판價 인상 압박 거세질 듯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포스코·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들이 지난해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올해 최우선 과제로 수익성 회복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익률이 급락한 원인은 원가 상승분 대비 제품 가격 상승이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황 부진을 이유로 납품가 인상에 난색을 표시하는 조선업계와의 후판 협상이 여느 때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해 64조3668억원의 매출액과 3조89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6.0%다. 20조5126억원의 매출고를 올린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3313억원에 그쳤다. 현대제철의 영업이익률은 1.6%였다.

두 회사는 2018년과 비교했을 때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뒷걸음질쳤다. 다만 매출 하락폭에 비해 영업이익 하락폭이 더 크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이는 이익률이 급락했음을 의미한다. 포스코의 경우 연간 매출액이 0.9% 감소하는 동안 영업이익은 30.2% 줄어들었다. 현대제철도 전년 대비 매출액이 1.3%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67,7%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제품 가격 인상 실패를 꼽는다. 제조사가 가격을 산정하는 공산품과 달리 철강제품 가격은 납품사와의 협상을 통해 도출된다. 가령 조선용 후판의 경우 각 철강사가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각 조선사와 개별적으로 협상을 벌이는 방식이다. 매년 상·하반기마다 협상이 이뤄진다.

협상 내용은 대표이사 직속의 협상팀이 일임한다. 자연히 극소수만이 공유할 수 있다. 회사 외부는 물론이고 내부에도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후판가격은 톤당 70만원 안팎이다. 최고점을 기록했던 2008년 110만원의 2/3 수준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일부 업체 간 협상에서 소폭의 가격 상승이 도출됐지만, 철강업계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은 2016년 이후부터 3년 넘게 동결 상태”라면서 “반면 철광석 시세는 지난해 7월 톤당 120달러를 넘기며 최근 5년 새 최고점을 찍은 뒤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100달러에 육박해, 2018년에 비해 30% 이상 비싼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납품가격 동결 기간에도 상승 필요성이 충분했으나, 조선업계 사정을 고려해 짐을 나눠지자는 의미에서 미뤄왔던 것”이라고 현실적·잠재적 후판가격 인상 필요성을 설파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조선업계는 업황 회복이 더디다는 이유로 협상 테이블에서 가격 인상을 미뤄줄 것을 요구하면서, 값싼 중국산 후판 비중을 늘려가는 추세”라며 “전방산업 활성화가 선제돼야 한다는 믿음 속에 대승적으로 가격 인상을 미뤄온 철강업계에 이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간의 양보에 비춰봤을 때, 적어도 한국 철강제품에 대한 할당제가 협상안에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이유로 철강업계는 이달부터 속속 재개되는 후판 협상에서 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강경한 자세를 취할 것으로 예측된다. 예년과 달리 영업이익률마저 급락한 상황에서 더 이상 양보할 여지가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조선업계의 입장이 한결같아 만족할 만한 수준의 인상이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철강업계는 자동차강판 가격 협상과 관련해 예기치 못한 악재를 만난 상황이어서 조선용 후판가격 인상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자동차강판 역시 일부 기업 간에 납품가 소폭 상승이 이뤄진 것을 제외하면 상당 기간 동결돼 왔다. 완성차업계에서는 최근 발발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부품 수급 등에 차질이 빚어져 일부 라인의 가동이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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