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한신4지구 5~10월까지·청담삼익 3~5월까지 이주 후 철거 진행
주담대 막힌 탓 전세수요 쌓여 전문기관 일제히 우려감 표한데 ‘엎친 데 덮친 격’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정보를 알리는 전단지가 붙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정보를 알리는 전단지가 붙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전세시장이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매수대기자 상당수가 전세수요로 돌아선 영향이다. 이는 약 한달 전부터 전문기관 등으로부터 예고됐지만 복병은 따로 있다. 강남권 대장주라 불리는 재건축 사업장의 이주시기가 하나 둘 정해진 것까지 겹치게 된 것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잠원동 일대 한신4지구(메이플 자이)는 오는 5월부터 10월 말일까지 재건축을 위한 이주를 실시한다. 이 사업장은 반포역 인근에 위치한 한신 8차, 9차, 10차, 11차, 17차 아파트와 녹원한신아파트, 베니하우스 등 7개 아파트 2898가구와 상가 2곳을 묶은 대규모로 곧 멸실된다. 이주기간이 정해지자 살 집을 구하기 위한 소유주와 임차인의 움직임도 시작됐다. 강남구 청담동 금싸라기 땅에 위치한 삼익아파트(가칭, 청담 르엘)는 이보다 더 앞선 시기인 오는 3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세 달간 이주를 진행한다. 이후 올 하반기에는 888가구가 멸실되며 준공 후 1230가구로 다시 태어난다.

거주자들은 철거를 앞두고 새 둥지를 찾아 나서는데 통상 자녀의 학교 통학 등으로 인근으로 이전하길 원하며 멀리는 못 간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포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임차해있는 사람들 상당수는 자녀 교육 목적으로 이전해 전학이나 등하교 거리 최소화를 위해 근처 단지로의 이사를 선호하고 있다. 문제는 보증금이 오른 건 둘째고 매물 자체가 씨가 말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신4지구에서 사평대로 방향의 한 블록 뒤에 위치한 반포미도아파트 전용 84㎡는 지난해 10월 5억6000만 원(13층)에 계약이 이루어졌던 게 지난해 12월 대책 발표 즈음해서는 6억3000만 원(2층)까지 올랐고, 올 해 들어선 7억5000만 원(1층)에 계약이 성사됐다. 비선호 층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석 달 사이 전세보증금이 2억 원 이상이 오른 것이다. 이 지역 전세보증금은 해당 아파트 뿐만 아니라 여타 단지도 대부분 비슷하게 오름세다. 청담동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청담자이 아파트 전용 89㎡는 지난해 11월 중순 13억 원에 계약된 게 이달 들어선 14억 원 대에 계약됐다. 청담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곳 거주자들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의 매물을 잡는 걸 선호하지만 쉽지 않자 강건너 옥수동, 금호동 등으로까지 알아보기도 하는데 그 동네 역시 매물이 없다고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올 한해 부동산 시장 전망을 통해 전문기관들은 이 같은 전세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줄줄이 예고한 바 있다. 한국감정원은 2020년 부동산 시장 전망을 통해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신축아파트에 대한 전세가격 상승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고, 주택산업연구원 역시 전국적으로는 전세가격이 0.6% 가량 하락할 것을 점치면서도 서울의 경우에는 시장에서 (전세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2020년 양도분부터는 2년 이상 거주 요건을 채워야 이 같은 혜택을 주기 때문에 1주택자라도 전세를 주지 않고 실거주하는 집주인들이 많아짐에 따라 전세물건은 더욱 찾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올해 서초구에서는 한신4지구 이외에도 방배13구역, 방배14구역 등의 이주가 더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강남발 전셋값 상승이 이사철 이후에도 잠잠하기 어려울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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