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기 태어나 비슷한 행보···3월 한진칼 주총서 평행이론 완성될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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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아도 너무 닮았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이야기다. 둘은 국내 항공업계를 대표하는 한진과 금호그룹 3세다. 1975년생 동갑내기로 각자 대항한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았다.

조 회장은 2017년 대한항공 사장에 취임한 후 경영 전선에 뛰어들었으며, 박 사장은 2018년 아시아나 IDT 사장으로 임명됐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이슈가 없었더라면 박 사장은 아시아나IDT를 거쳐 아시아나항공 사장을 맡게 됐을 것이다.

순탄할 줄 알았던 박 사장에게 시련이 다가왔다. 부친인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회계 파문으로 그룹 회장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이어 금호그룹이 재무악화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하며, 박 사장은 항공사 사장직에서 멀어지게 됐다.

반면 조 회장은 지난해까지는 승승장구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해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별세 이후 새로 그룹 회장직을 맡게 됐다. 이후 항공업계 UN으로 불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의장직을 맡아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무리 지으며 세계무대에 공식 데뷔했다. 지난해 3분기 일본 불매운동에 따른 항공업계 위기에도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며 경영능력도 보여줬다.

KCGI와의 분쟁도 델타항공이 지분을 매입하며 백기사 역할을 자청하고 나서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는 듯 했다.

문제는 올해 터졌다. 낌새는 작년부터였다. 지난해 말 조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법무법인을 통해 입장자료를 발표하며 남매간 분쟁 불씨가 생겨났다. 조 전 부사장은 동생인 조 회장이 선친의 뜻과 다르게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며 갈등을 예고했다.

이후 조 회장은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집을 찾아가 조 전 부사장과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언쟁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소란이 발생했다. 조 회장과 이 고문이 바로 공동 명의 사과문을 내며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으나, 지난 달 31일 조 전 부사장이 KCGI·반도건설 등과 함께 경영권 쟁탈 의사를 공식 밝히며,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적색불이 켜졌다.

둘의 비슷한 행보처럼 업계 내 평가도 비슷하다.

금호그룹 관계자들 사이에서 박 사장에 대한 평판은 나쁘지 않다. 이전에 금호그룹에 몸 담았던 한 관계자는 박 사장에 대해 “재벌가 3세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소탈하고 무난한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사장은 다른 총수 일가 3세들과 비교해 문제를 일으킨 사건도 딱히 없다.

조 회장은 박 사장에 비해 다소 사건사고가 많았으나, 내부에서는 그래도 조현아 전 부사장보다는 낫다는 입장이다. 회사 내부 관계자는 “땅콩 회항부터 시작해 갖은 곤혹을 겪고 이제 막 안정권에 접어드나 싶었는데, 다시 땅콩회항 때로 돌아가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대한항공 노조도 조 전 부사장에 대해 “회사를 흔들며 대한항공 노동자들을 불안하게 만들면서 경영 복귀의 야욕을 드러내지 말고 사회적으로 인정할 만한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항공업계는 오는 3월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 주목하고 있다. 주총 결과에 따라 조 회장 역시 그룹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태어나 비슷한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의 평행이론은 다음 달 결정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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