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공포에 롯데마트 등 중국 관광객 마스크 박스채 사재기 현상 비일비재···한 번에 50만원어치 사가는 경우도
정부 “마스크 매점매석 행위 엄단 계획”

31일 롯데마트 서울역지점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마스크를 박스채 카트에 담고 있다. /사진=김용수 인턴기자
31일 롯데마트 서울역지점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마스크를 박스채 카트에 담고 있다. / 사진=김용수 인턴기자

“한 사람이 600개 이상도 사가기도 하더라고요.”

롯데마트 서울역점 매대 관리 직원은 카드 단위로 대량의 마스크를 싣는 중국인 관광객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31일 오전 10시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매대 진열을 재차 점검하는 직원들과 쇼핑카트에 박스채로 무언가를 담는 이들로 붐볐다.

매대 진열을 앞둔 마스크 박스가 담겨있다. / 사진=김용수 인턴기자
물류카트에 매대 진열을 앞둔 마스크 박스가 담겨 있다. / 사진=김용수 인턴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우한 폐렴) 확진자가 연이어 나오면서 매장 모습은 흡사 ‘전시상황’을 방불케 했다. 수시로 매대에 마스크를 진열하는 직원의 움직임은 분주했다. 2만원(10매)에서 최대 5만5000원(25매)에 이르는 박스 포장 마스크가 빈 자리에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했다. 고객들은 매대에 진열된 마스크를 소량이든 박스 단위든 카트 가득 담기 바빴다. 롯데마트에서 마스크를 진열하는 직원 A씨는 “보통 오후 3시쯤 소진된다”며 “재고가 충분치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놀랍게도 마스크를 주워담는 이들은 대부분 중국, 홍콩에서 온 관광객이었다. 박스를 옮기고 있던 직원 B씨는 “중국인과 사업하는 한국분들도 대량구매 하지만, 대부분은 중국인들이 오전에 박스채로 사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롯데마트 2층에 위치한 약국 관계자는 “혼자서 50만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도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홍콩인 관광객의 쇼핑카트에 담겨 있는 마스크 박스. / 사진=김용수 인턴기자
홍콩인 관광객의 쇼핑카트에 담겨 있는 마스크 박스. / 사진=김용수 인턴기자

 

홍콩에서 왔다는 트리스 렁씨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주려고 샀다”며 사재기 풍경이 펼쳐진 이유를 설명했다. 렁씨는 이렇게 구매한 마스크를 가족과 지인이 있는 홍콩으로 보낼 계획이다. 또 다른 관광객 중국인 천씨는 “중국에선 구하기 힘들어서 중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사러 왔다”며 대량구매 목적을 밝혔다.

롯데마트 출입구 왼편 구석에선 큰 캐리어에 마스크를 정리해 넣는 중국인의 모습도 보였다. 기자가 다가가 마스크 대량구매 이유를 묻자 수차례 손사레를 치며 황급히 캐리어를 끌고 지하철 탑승구로 향했다.

마스크 수요가 폭등하자 온라인상에선 일부 마스크 판매 업체가 가격을 올리는 사례도 등장했다. 공급 부족을 이유로 고객의 환불을 유도한 뒤 가격을 올리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소비자원은 “사업자가 마스크 가격 인상을 이유로 주문취소를 요구하는 등 마스크 가격 인상 관련 상담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마스크 가격이 폭등하는 등 시장 교란 현상이 나타나자 정부는 매점매석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혁신성장 전략점검 회의’에서 “정부는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에서의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오늘부터 식약처, 공정위, 국세청, 지자체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의약외품의 생산·유통단계별로 현장점검을 시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담합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엄정한 조치와 함께 매점매석행위 금지 고시를 2월초까지 제정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31일 오후에 다시 방문한 매대에는 마스크가 동나있었다. / 사진=김용수 인턴기자
31일 오후에 다시 방문한 매대에는 마스크가 동나 있었다. / 사진=김용수 인턴기자

한편, 바이러스 전염을 막기 위한 마트의 대응도 눈에 띄었다. 캐셔로 일하는 직원부터 매대 점검 직원까지 예외 없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객을 맞았다. 롯데마트 서울역점 관계자는 “매장 개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건 없지만 전사적 차원에서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직원들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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