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험 가입에 따른 고비용 부담 우려
이미 발생한 역마진까진 보장할 수 없어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보험 자본건전성 선진화 추진단 제4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보험 자본건전성 선진화 추진단 제4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새로운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및 신(新)지급여력제도(킥스·K-ICS) 도입을 대비해 보험업계의 부채부담을 완화해줄 ‘공동재보험’ 제도를 도입한다. 보험업계에서는 제도 도입을 찬성하면서도 재보험 가입에 따른 높은 비용 부담 및 이미 발생한 역마진 등으로 공동재보험이 보험사에 만병통치약은 될 수 없다는 회의적 반응이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보험 자본건전성 선진화 추진단 제4차 회의’를 열고 오는 2분기 중 공동재보험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공동재보험은 원보험사가 보험상품에 내재된 위험을 재보험사에 넘기고, 재보험사는 그에 따른 이익을 얻으며 관련 위험(보험료 또는 책임준비금)을 원보험사와 공동으로 책임지는 형태의 재보험을 의미한다. 전통적 재보험은 전체 보험료 중 위험보험료만을 재보험사에 넘길 수 있었지만, 공동재보험 제도가 도입되면 위험보험료 외에 저축보험료 등의 일부도 재보험사에 출재가 가능해진다.

보험업계는 앞서 1990년대 초 신생 생명보험사의 지급여력문제가 불거지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보험사의 자본관리 수단으로 다양한 재보험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회계조작 가능성 등을 우려해 제도 도입이 유보된 바 있다.

보험업계는 최근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2000년대 초까지 판매한 고금리확정형 상품의 역마진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자산운용수익률이 고객에게 약속한 이율에 미치지 못하면서 역마진이 커지자 수익성 악화와 부채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는 이번 공동재보험 도입이 보험 부채증가에 따른 부담을 직접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 기대하지만 일각에선 재보험 가입에 따른 고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 등 회의적 반응도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공동재보험을 선택하면 고금리상품에 대한 금리위험 부담을 일부 줄일 수 있겠지만 재보험사에 위험을 전가하는 만큼 그에 대한 비용 지급도 수반된다”며 “향후에도 금리가 더 낮아지면 금리위험은 더 커질 텐데 이를 과연 재보험사가 인수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동재보험이 도입되더라도 이미 발생한 역마진에 대해선 그 위험을 재보험사가 넘길 수 없다는 점도 한계다. 재보험사가 공동재보험을 통해 취급하는 금리위험은 계약 시점을 기준으로 금리가 현재보다 더 낮아지는 경우에 대해서만 리스크를 지게 된다. 따라서 계약 시점 이전에 발생한 역마진 리스크에 대해선 여전히 원보험사의 몫으로 남아있게 되는 셈이다. 보험업계에서 한발 늦은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이미 금리도 너무 낮아졌고 역마진도 많이 발생했다. 지금에 와서 공동재보험을 도입한다는 게 큰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금리가 낮아질수록 보험사 업황에 어려운 부분이 있으니 금융당국이 이번 제도를 도입한 것 같지만 사실 나오려면 진작 나왔어야 했던 제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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