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한폐렴’ 유입 막기 위해 中오가는 열차·항공기 운행도 잠정 중단
KDI “북한 경제 움직이는 화폐는 달러·위안화···근원적인 위기 봉착할 수도”

최근 북한 조선중앙TV가 주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의료진의 안내를 받는 모습을 보도했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북한 조선중앙TV가 주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의료진의 안내를 받는 모습을 보도했다. / 사진=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한폐렴’이 전 세계로 확산 중인 가운데 북한이 국토 전체를 봉쇄하고 나섰다. 중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에 대한 격리 조치와 건강검진을 의무화하면서 우한폐렴의 유입을 차단하고 방역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하지만 대북제재로 경제 반등이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숨통을 트여왔던 중국 등 외국 관광객 유입이 차단되는 등 북한 경제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위안화와 달러화 유입도 끊겨 향후 북한에 미칠 경제 파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31일 북한 당국은 중국을 오가는 모든 열차·항공기 운행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 영국 외교부는 30일(현지시간)자로 개정 공고한 북한에 대한 ‘해외여행 주의보’(Foreign Travel Advice)를 통해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함에 따라 북한 당국이 일련의 여행 제한 규정을 도입했다”면서 “중국을 오가는 모든 열차·항공기 운행을 잠정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평양과 중국 베이징·랴오닝성 선양 등을 오가는 북한 고려항공 노선과 평양~베이징 간 국제 열차 운행은 이날부터 중단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03년 사스(SARS),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퍼졌을 때도 국경 폐쇄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영국 외교부는 “여행사들은 북한 당국이 관광 제한조치를 취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북한 내 외국인 거주자의 중국 방문도 제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방역을 보다 체계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위생방역체계를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한 상태다. 북한 중앙인민보건지도위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위험성이 사라질 때까지 위생방역체계를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한다고 선포했다. 또 국경·항만·비행장 등 국경 통과 지점들에서 검사검역을 보다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외국 출장자들과 주민들에 대한 의학적 감시와 검진을 진행하고 있으며, 의심자 조기 발견과 격리 치료, 진단시약 및 치료약들을 확보하는 사업도 강도 높게 전개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여행사가 북한 당국으로 부터 받은 통지문(왼쪽)과 중국 국가이민관리국이 공개한 우한폐렴 사례. / 자료=중국 여행사, 중국 국가이민관리국
중국 여행사가 북한 당국으로 부터 받은 통지문(왼쪽)과 중국 국가이민관리국이 공개한 우한폐렴 사례. / 자료=중국 여행사, 중국 국가이민관리국

중국 여행사들도 북한 당국으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백신 연구 개발이 성공할 때까지 중국인 관광객의 입경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통보해왔다”고 했다.

중국의 북한 전문 여행사 IN DPRK는 “오랜 대북제재로 북한에는 전염병 질병 치료약과 예방 기술이 부족하다”면서 “엄격하게 북한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 북한으로서는 전염병 확산을 막는 효과적 방법”이라고 전염병에 대한 예방 통제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한폐렴으로 인한 국경 봉쇄로, 외국인 관광객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끌려는 북한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로 농수산물, 석탄, 철광석 등의 수출이 금지돼 농림어업, 관공업 감소세가 확대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관광산업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범위에서 제외된 몇 안 되는 북한 산업 중 하나다. 북한은 관광산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강원도 마식령 스키장 개장과 함께 평남 양덕군 양덕온천문화휴양지 등을 소개하며 외국인 관광객들을 모으는 데 힘을 쏟은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지난 2013년부터 백두산 삼지연을 국제 관광 특구로 건설하겠다며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며 여러 차례 현지를 시찰해 왔다.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역시 북한이 공들이고 있는 관광 지역이다.

다만 우한폐렴의 확산으로 현금 공급원인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게 되면서, 향후 북한 경제가 하락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북한이 달러화를 사실상 통화로 쓰고 있어 경제 영역 곳곳에서 해외경제와의 통합이 이뤄지고 있는데, 국경 봉쇄로 이마저도 단절됐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북한 경제를 움직이는 기본적인 통화는 북한의 원화가 아닌 달러나 중국의 위안화다. 북한 원화는 달러화된 북한경제에서 다분히 부차적인 기능만을 수행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즉 대외거래를 통해 유입되는 달러가 결국 북한의 거시경제를 움직이고, 북한의 경제변수를 직접 규율하는 기본 통화로 기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KDI는 북한의 외화수입이 전면 차단되면 북한 경제의 선순환구조는 깨질 것으로 봤다. KDI는 “북한으로 유입되는 외화가 크게 줄어들면서 2018년부터 북한 경제주체들의 대외·대내 소득이 모두 감소했다”면서 “대내적으로 시장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거나 침체하고 있고, 집값과 같은 공급 비탄력적인 상품은 수요 감소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의 소득 충격은 통화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KDI는 “북한 경제주체들의 소득이 줄어들 경우 북한경제에 공급되는 실질 통화량의 규모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또 다른 제2차 소득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북한이 제2차 소득 충격까지 경험하게 되면, 북한경제는 근원적인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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