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총 전에 징계 효력 발생시 손태승 회장 연임 무산···행정소송 가능성도
하나금융 2인자 함영주, 회장 레이스 낙마 위기···김정태 회장 1년 임기 추가 수행하나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사진 왼쪽)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사진 왼쪽)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함에 따라 두 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당장 우리금융은 오는 3월로 예정돼있던 손 회장의 연임이 무산될 위기에 놓여 경영 공백을 막기 위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오늘(31일)로 예정됐던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일정을 재논의 하기로 했으며 징계 효력 발생 시점 등을 고려해 다양한 대응방안을 논의 중이다. 하나금융 역시 함 부회장의 중징계로 차기 회장 후계구도가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3월 주총 연임 앞둔 손태승, 징계 효력 시기 ‘촉각’···우리은행장 선임 일정 재논의

지난 30일 금감원 제재심은 파생결합상품(DLF) 사태 관련 조치안을 심의하고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 하나은행장으로 있던 손 회장과 함 부회장에 대한 문책경고를 의결했다. 문책경고는 금융사 임직원 제재 중 3번째로 높은 중징계로 해당 징계를 받게되면 향후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그룹 내 지배구조와 직결돼 있는 제재심의 결정에 두 금융그룹은 충격에 휩싸여 있다. 특히 우리금융의 경우 손 회장이 차기 회장 단독후보로 결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징계 효력 발생 시점이다. 만약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손 회장의 연임이 확정되기 전에 징계가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면 손 회장의 연임이 불가능해진다. 반대로 효력 발생 시점이 주총 이후가 된다면 손 회장의 3연임 도전은 불가능해지지만 최소 3년의 임기는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제재심은 금감원장 자문기구기 때문에 제재심 결과가 당장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조치 대상별로 금감원장 결재 또는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금융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된 후 금융기관에 통보가 돼야 효력이 발생한다.

문책경고만 놓고보면 금감원장 전결로 징계가 확정되기 때문에 통보까지 긴 기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다만 통상적으로 임직원 징계는 기관제재 결과와 한번에 금융사에 통보되기 때문에 증선위 심의와 금융위 의결 일정에 따라 그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제재심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해서도 업무 일부정지 6개월과 과태료 부과 등을 결정했다.

보통 증선위 정례회의는 매월 둘째, 넷째주 수요일에 열리며 금융위 정례회의는 매월 첫째, 셋째주 수요일에 개최된다. 증선위, 금융위 회의를 한 번씩만 거칠 경우 내달 19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은행들에 대한 제재안이 의결된다. 별도의 임시회의가 개최될 가능성과 이례적으로 임직원 제재안만 따로 통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행정소송 등으로 징계 효력 발생을 지연시키는 방법도 있다. 은행이 행정법원에 ‘행정명령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 금감원 징계는 행정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효력이 정지된다. 은행이 향후 패소하면 다시 징계 효력이 재개되지만 행정소송에 걸리는 시간 동안 손 회장의 연임을 확정지을 수 있다. 다만 감독당국과 법적 공방을 벌인다는 점에서 부담이 적지 않으며 연임을 위해 의도적으로 시간을 지연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경영 공백을 없애기 위해 새 회장 후보를 추천하는 방안도 있다. 현재 우리금융은 31일 예정된 우리은행장 선임 일정도 재논의하기로 한 상태며 손 회장에 대한 징계 효력이 발생하기 전까지 가능한 방안을 모두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 내 관계자는 “법적 대응이나 회추위 개최 등 어떠한 것도 정해진 바 없다”며 “제재 효력이 바로 발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전까지 충분한 논의를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 2인자 함영주, 회장 도전 ‘빨간불’···김정태 회장 4연임 가능성도 제기

하나금융 역시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함 부회장은 내년 3월말 임기가 만료되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후임으로 가장 유력시되던 인물이다. 지난해말 하나금융 부회장 1년 연임에도 성공하며 현직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만약 하나금융이 행정소송을 통해 함 부회장의 징계를 낮추지 않는다면 차기 회장 도전은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감독당국과의 전면전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선뜻 법적 대응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하나금융은 김정태 회장 연임 강행, DLF자료 고의삭제 논란 등으로 금감원과 수차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함 부회장이 이대로 차기 회장 경쟁에서 물러나게 되면 하나금융에서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 가능한 후보들로는 지성규 하나은행장과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 윤규선 하나캐피탈 사장,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 등이 있다.

일각에서는 김정태 회장의 4연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하나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 상 이사의 재임 연령은 만 70세까지로 재임 중 만 70세가 되면 다음 주주총회 때까지만 임기를 수행할 수 있다. 내년 3월 기준 김 회장의 나이는 만 69세기 때문에 다음해 3월 주총까지 1년의 임기를 추가로 수행할 수는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김 회장 본인이 4연임에 뜻을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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