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동산으로 수익높여···올해엔 관련 규제 시행
큰 수익 안겨다준 채권 시장도 올해에는 녹록지 않아
“증권사 실력 드러나는 해 될 것”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지난해 호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에는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호실적의 배경이었던 부동산 사업 부문과 트레이딩 부문이 각각 규제와 투자환경 악화로 지난해와 같은 실적을 내기 쉽지 않아진 까닭이다. 이에 증권사들이 올해에는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증권사 대부분이 전년 대비 증가한 순이익을 기록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영업수익 11조9125억원, 순이익 5545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각각 전년 대비 36.3%, 27.9% 증가한 것이다. 특히 연간 순이익이 5000억원을 넘긴 것은 메리츠종금증권에 있어 최초의 기록이다.
메리츠종금증권뿐만 아니라 다른 증권사들도 좋은 실적으로 지난해를 마무리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연결 순이익으로 663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연간 순이익(4612억원) 대비 2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사상최대 기록이다. NH투자증권도 지난해 4764억원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1.8% 증가한 수치다. 이밖에 삼성증권, 교보증권, 현대차증권 역시 지난해 전년보다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이같은 실적 달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해 대체적으로 부동산 관련 투자은행(IB) 실적과 채권을 비롯한 트레이딩 실적 증가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올해에는 이 부문의 실적 증가가 제한적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부동산과 관련해서는 규제의 허들이 높아졌다. 금융당국은 오는 7월부터 증권사 부동산PF 채무보증 한도를 자기자본의 100%로 한정하는 내용의 규제를 단계적으로 실시한다. 여기에 지난 7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IB신용공여 대상인 중소기업 범위에서 특수목적회사(SPC)와 부동산 관련 법인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SPC를 통해 부동산 개발사업 등에 증권사의 신용공여가 제공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곧 증권사 수익성 개선에 대한 도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30일 미디어브리핑에서 “부동산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큰 일부 증권사의 감축이 필요해 관련 IB 부문의 수익 감소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대신증권 역시 지난 29일 보고서를 통해 “최근 대형사의 실적이 부동산 IB와 더불어 성장했음 을 감안했을 때 관련 규제는 우려할 만한 요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트레이딩 부문 실적 역시 올해는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감돈다. 특히 지난해 다수 증권사들은 채권 트레이딩에서 큰 수익을 거뒀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조에 채권 시장이 강세를 보인 영향이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지난해 만큼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나 글로벌 은행들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움직임은 없을 것으로 보이면서 너나할 것 없이 성과를 냈던 지난해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각종 규제에 시장환경 악화로 지난해보다 올해가 쉽지만은 않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부정적으로 전망되는 부문 외에 다른 사업 부문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낸다면 올해도 호실적도 기대해볼 수 있다. 대신 증권사 역량에 따라 실적 차별화는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