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재’(人災) 목동 펌프장 수몰 사고 이후에도 사망사고 속출
3년 간 건설현장 사망자수도 건설사 통틀어 1위
박 사장 취임 이후 사고 급증···‘무늬만 안전’ 지적 이어져

현대건설이 지난해 ‘건설현장 사망사고 최다 건설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특히 근로자 3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인재’(人災)로 판명 난 서울 목동 신월 빗물펌프장 수몰 사고 이후에도 사망사고는 끊이질 않았다. 아울러 현대건설은 최근 3년 간 건설현장 사망자 수도 건설사 중에 가장 많았다. 취임 이후 줄곧 ‘안전’을 강조한 박동욱 사장의 외침이 무색해진 모습이다.

31일 건설업계,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건설이 공사를 맡은 건설현장에서는 근로자 7명이 사망했다. 이는 2018년 사망자수(4명) 보다 3명 더 늘어난 것이다. 대우건설이 6명으로 두 번째로 사망사고가 많았고 GS건설(5명), 대림산업(1명), 삼성물산(1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특히 현대건설은 지난해 7월 근로자 3명이 사망했던 목동 신월 빗물펌프장 수몰 사고가 인재로 밝혀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당시 현대건설 직원 1명과 협력업체 직원 2명은 약 40m 지하에 있는 저류 배수시설을 점검하러 내려갔다가 갑자기 유입된 빗물에 휩쓸려 희생됐다. 수사를 맡은 경찰은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에도 안전 관리 책임자들이 작업자들을 배수 터널에 투입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며 총체적인 안전 관리 부실에 따른 인재라고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이후에도 현대건설의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끊이질 않았다는 점이다. 목동 사고가 발생한지 한 달 만인 지난해 8월 31일, 이천~문경 중부내륙철도 건설공사 제6공구 현장에선 폐기물 운반 트럭에 운전자가 깔려 1명이 사망했다. 연말에는 현대건설의 안전불감증이 최고조에 달했다. 12월 11일 하루에만 ‘힐스테이트 동탄2차 신축공사’ 현장과 ‘신길9재정비촉진구역 주택 재개발’ 현장에서 각 1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현대건설의 안전불감증은 최근 3년(2017~2019년) 간 건설사 사망사고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사망자수는 2017년 3명에서 2018년 4명으로 늘어나더니 지난해에는 7명까지 급증했다. 3년 연속 연간 사망사고가 3건 이상 발생한 건설사는 현대건설이 유일하다. 3년 간 총 사망자수도 14명으로 대우건설(10명), GS건설(9명), 롯데건설(4명) 등 경쟁사 대비 압도적으로 많았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현대건설이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자 비난의 화살은 수장인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에게 향하는 모습이다. 박 사장은 2018년 취임 이후 줄곧 안전을 강조해 왔다. 지난해 초에는 안전·환경·품질 관련 ‘3대 제로(ZERO)’를 목표로 하는 안전경영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선언이 무색하게 사망사고가 급증하면서 박 사장은 ‘무늬만 안전경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정부가 산재 사망자 수가 좀처럼 감소하지 않는 이유를 건설업이라 보고 건설 현장의 안전강화를 특별히 주문했다는 점에서 시공능력평가 순위 2위 현대건설의 이런 행보는 유독 아쉬움을 남긴다는 평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안전교육과 관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작업자가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피할 수 있는 사고들이 대부분이다”며 “안전보건 역량이 충분한 대기업은 안전 조치를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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