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목표인 1월 중 SPA 체결 계획, 연기될 가능성 커져
실사 과정서 이스타항공 재무상황 예상보다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이후 ‘중국 노선 프리미엄’ 가치에도 의구심

19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 대기중인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여객기. 제주항공은 전날 이스타항공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 절차에 돌입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 대기중인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여객기.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 절차에 돌입했다. / 사진=연합뉴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실사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이스타항공 인수 프리미엄으로 꼽힌 중국 운수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등으로 가치가 떨어졌다고 분석하는 가운데, 당초 목표였던 ‘1월 중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연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합병 실사 과정은 현재진행 중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18일 ‘투자 판단 관련 주요 경영사항’ 공시를 통해 올해 1월9일까지 실사 진행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30일 정정신고를 통해 실사 진행 기간을 1월 중으로 연장했다. SPA 체결 시점 역시 1월 중으로 변경했다.

지난해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의지를 발표한 이후 업계에선 이스타항공의 ‘중국 운수권’에 주목했다. 회사 규모에 비해 많은 운수권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이스타항공은 주 27회의 중국 운수권을 배분받았다. 이는 매출액 기준 LCC 4위로 꼽히는 에어부산(18회)보다 높은 수치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이스타항공이 보유한 중국 운수권 프리미엄도 가치가 하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장자제 등 일부 중국 노선 운항이 중단됐을 뿐 아니라 향후 수개월 동안은 중국 여객 수요 급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입장에선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인수 이후 이스타항공 재무 개선을 위한 투자금 회수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사 과정 중 파악한 이스타항공의 재무 상황 역시 예상보다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인수와 관련 최우선 과제는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사 과정에서 파악한 재무 상황이 예상보다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항공사는 실적 부진이 신용도 하락으로, 신용 하락이 리스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인데 이스타항공의 지난해 상황을 감안하면 적자폭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 연도별 실적. /인포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이스타항공 연도별 실적. / 인포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일각에선 제주항공이 인수 대상을 다른 항공사로 변경하는 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단순 외형 성장을 위한 인수 치고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에어부산 등이 새로운 매물로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항공사 관계자 및 증권사 관계자들은 이 같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정답은 당사자만 알겠지만, 실사가 목표보다 늦어진다고 해서 인수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다”라면서 “오는 2월 말 협상 기간까진 지켜보는 수밖엔 없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측은 실사 연기 등과 관련해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아직 전달받은 내용은 없다”면서 “변동 내용이 있다면 공시될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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