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손상’ 아닌 ‘속임수 사용’으로 봐야···징역 2년→1년6월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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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의무를 감면하기 위해 자전거 경음기로 청각기관을 다치게 했더라도 신체손상과 관련된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형사5부(재판장 이규철 부장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1987년생 이아무개씨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던 이씨는 이 판결로 징역 1년6월으로 감형됐다.

이씨는 지난 2017년 5월 2급 현역 입영대상자였던 최아무개씨와 공모해 최씨의 병역의무 감면을 목적으로 그의 청각 기관을 다치게 해 ‘신체를 손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병역법 제86조는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도망가거나 행방을 감춘 경우 또는 신체를 손상하거나 속임수를 쓴 사람은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최씨에게 ‘이비인후과에서 청성뇌간유발검사(ABR)를 받기 전 자전거 경음기 소리를 귓가에 계속 울려 청각 기능을 저하시키고, 장애인 등록판정을 받아 병무청에 제출하라’고 알려줬다.

최씨는 이씨에게 1300만원을 건넸으며, 이비인후과 6곳에서 진료를 받기 전에 이 방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귀만 아플 뿐 별다른 청력감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병역의무를 감면할 만한 수준의 청각장애 진단을 받지 못해 병무청에 관련 서류가 제출되지는 않았다.

1심은 이씨가 최씨의 신체를 손상했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고 이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검찰이 적용한 ‘신체 손상’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속임수를 사용한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했다.

2심은 “신체 손상으로 병역법 위반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병역의무의 기피 또는 감면사유에 해당할 정도로 신체의 변화가 인위적으로 조작되는 결과가 발생해야 한다”며 “신체를 손상하려 하였으나 그 정도에까지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씨의 청각기관이 손상됐다는 점에 관해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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