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방식 탈피해 IT 기술 접목해야

정보기술(IT) 강국인 우리나라지만 재난 사태가 있을 때 마다 대응이 아쉬울 때가 많다.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도 비슷하다. 최신 IT 기술은 온데간데없고 국민들은 통화 중이라 연결되지 않는 전화만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의심될 때 바로 병원으로 직행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질병관리본부는 강조했다. 많은 이들과의 접촉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는 접속조차 쉽지 않았고 질병관리본부가 제작한 포스터나 동영상도 홍보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는 계속 통화 중이어서 발신자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언론 지적이 있은 이후 질병관리본부는 홈페이지 진입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 메인화면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영증’과 ‘대표 홈페이지’로 두 분류를 나눴다. 1339 콜센터도 질문 분류를 나눠서 ARS로 연결할 수 있도록 바꿨다.

기자는 지난 28일 오전 10시 57분에 ‘KCDC 질병관리본부’ 카카오톡 플러스친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해서 문의를 했다. 30일 오후 3시 56분에야 “안녕하세요~ 질병관리본부(KCDC) 1339 콜센터입니다. 늦은 답변 죄송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답이 왔다. 53시간 만에 돌아온 답이었다. 다시 질문을 이어갔지만 다시 또 답이 없었다.

가뜩이나 새로운 질병이 나타나 두려웠던 국민들은 연결까지 되지 않아 더욱 극심한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답답함은 공포로 이어졌다. 이들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100개에 달하는 카톡방을 생성했다. 이 곳에서는 유용한 정보도 오갔지만 가짜뉴스도 심심찮게 오가고 있었다.

확진자 관련 정보, 대처법, 예방법, 실시간 확진자 지도, 실시간 뉴스, 질병관리본부 국내 발생 현황 등에 대한 공식 정보는 여느 사이트보다 잘 정리가 돼 있었다. 관련 정보를 모아서 보기에는 매우 편리한 구조였다. 이런 정보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부가 진작 정리해서 보여주는 공식사이트가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해당 채팅방에서는 공포감을 가진 이들끼리 모이면서 건강염려증이 심화되거나 집밖 자체에 큰 두려움을 느끼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유튜브에 떠도는 괴담에 가까운 영상들이 공유되면서 오히려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하기도 했다.

만약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가 있고 여기에 대한 궁금증을 부재 없이 제공했더라면 이처럼 공포가 더 극대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IT 개발자들은 간단한 질문과 매뉴얼이 있을 텐데 왜 이런 것을 인공지능(AI)의 기본인 챗봇으로 풀지 않는지 안타까워했다. 극도로 고도화된 기술이 아니더라도 기존에 잘 활용되고 있는 IT 기술들을 감염병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다.

한 교수는 기술개발과 실제 사회 문제 해결은 언제나 간극이 존재한다고 지적하면서 IT 기술이 지금 상황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술이 힘을 발휘하려면 시스템 측면에서 접근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이 교수는 판단했다.

필요 이상의 공포가 확산되기 전에 IT 기술을 제대로 접목할 때다. 아주 간단한 것부터 기존의 방식에서 나아갈 자세가 필요하다. 대단한 음성인식이나 딥러닝이 아닌,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한눈에 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 빠르게 응대할 수 있는 챗봇이라도 서둘러 도입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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