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케이손보 노조, 오늘 고용안정 협약 찬반 표결
인력감축·아웃소싱 염두에 둔 수정안에 ‘반발’···매각 장기화 전망
약 200명에 달하는 콜센터 직원 고용 불안정 우려···“원안 받아들여야”

/표=조현경 디자이너
/표=조현경 디자이너

하나금융그룹의 더케이손해보험 인수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케이손보 노조는 30일 하나금융 측이 제시한 고용안정 협약 수정안에 대해 찬반 표결을 진행 중이지만 다수 조항들이 인력감축과 아웃소싱 등을 암시하고 있어 부결이 유력시되고 있다.

현재 노조 측은 기존에 교직원공제회와 마련했던 원안을 고수하고 있어 하나금융과 교직원공제회, 노조가 협의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공제회 이사장이 내달 공석이 될 예정이기 때문에 차기 이사장 취임 시까지 계약 체결이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30일 더케이손보 노조에 따르면 이날 더케이손보 노조 조합원들은 더케이손보 인수와 관련해 하나금융 측이 새롭게 제시한 고용안정 협약 수정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 중에 있다. 앞서 지난 22일 더케이손보 노조는 교직원공제회와 함께 마련한 고용안정 협약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하다가 긴급 중단한 바 있다. 인수자인 하나금융 측이 새로운 수정안을 교직원공제회에 제시했기 때문이다.

교직원공제회 측은 하나금융의 수정안과 원안의 변경사항을 노조 측에 전달했고 노조는 이에 즉각 반발했다. 지난 28일에는 ‘졸속 매각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30일 수정안 내용을 조합원들에게 공유하고 의견을 구하기 위해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투표는 부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인력감축과 아웃소싱 등을 예고하고 있는 수정안에 대해 내부 반발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교직원공제회와 노조가 마련한 원안의 상당부분을 삭제 또는 수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제3조 고용보장 부문에서 원안은 기업변동(분리, 합병, 양도, 업종전환, 매각, 폐지) 시에도 조합원들의 고용을 ‘정년’까지 보장한다고 돼있으나 하나금융은 ‘정년’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또한 영업점 통폐합과 부서폐지, 조직개편, 직무변경 등에 대해서도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고 협의했으나 하나금융은 이 조항을 삭제했다.

특히 제8조 업무, 인력의 위탁부분이 가장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원안은 회사가 경영 정책상 필요한 용역이나 아웃소싱을 시행할 경우 노조와 협의하도록 돼 있으나 하나금융 측은 이를 삭제했다. 현재 더케이손보의 전 직원수는 약 700명이며 이 중 200여명이 콜센터 직원으로 직고용돼 있다. 해당 조항이 삭제될 경우 약 30%에 달하는 직원들의 고용이 불안정해 지는 것이다. 또한 하나금융은 향후 더케이손보를 디지털 특화 보험사로 육성할 계획이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의 고용도 아웃소싱에 의해 위협 받을 가능성도 있다.

홍영상 더케이손보 노조 위원장은 “하나금융 쪽에서 제시한 수정안은 협약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이라며 “근로기준법에 명문화된 내용만 지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협약 원안이 받아들여져 고용 안정이 지켜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금융 측 관계자는 “아직 계약이 체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용안정 협약 등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확인해주기 힘들다”며 “교직원공제회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직원공제회 측 관계자 역시 “고용안정이 보장되지 않은 매각은 있을 수 없다는 기존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하나금융 측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협의점에 빠른 시일 내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더케이손보의 구조조정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더케이손보의 당기순손실은 111억원으로 전년 동기(12억원) 대비 10배 가량 확대됐다. 더케이손보의 1인당 생산성 역시 업계 상위 기업들에 비하면 부족한 상태다.

지난 2018년 기준 더케이손보의 임직원 인당 원수보험료는 4억1800만원이다. 업계 1위 삼성화재의 경우 11억3715만원을 기록했으며 현대해상과 DB손보, KB손보 등도 각각 8억3100만원, 5억3700만원, 6억4600만원으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교직원공제회 입장에서도 결정권자인 차성수 이사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내일(31일) 퇴임할 예정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협상을 진행하는데 한계가 있다.

홍영상 위원장은 “고용안정 협약이 없는 매각이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만약에라도 매각이 무산될 경우 책임을 노조 쪽에 지우려고 하는 것 같다”며 “고용안정 협약을 노조와 같이 맺었던만큼 교직원공제회는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대주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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