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견디지 못한 네이버, 자회사 라인 분할 결정

한성숙 네이버 대표.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한성숙 네이버 대표.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네이버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연매출 6조원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라인을 비롯한 자회사 적자 탓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4.7% 감소했다. 외형 확대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18% 증가한 6조5934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반면 영업이익은 7101억원으로 24.7%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36.8% 감소한 396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네이버의 국내 주요 사업부문은 전반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광고 사업 부문의 경우 모바일 광고 상품성 개선 등에 힘입어 연간 매출 6333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10.5% 성장했으며 비즈니스플랫폼은 매출 2조851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2% 성장했다.

IT플랫폼 매출 역시 네이버페이의 지속적인 성장에 힘입어, 457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8.6% 증가했다. 콘텐츠 서비스는 매출 209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웹툰 및 브이 라이브(V LIVE)의 글로벌 성장에 힘입어 전년 대비 66.6%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네이버는 올해 웹툰·금융 등 차세대 성장동력을 구축, 이를 발판으로 사업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이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네이버는 신성장동력 위주로 사업을 재편해왔다”며 “네이버파이낸셜 분사로 신규 사업을 준비했고, 네이버웹툰은 전세계 창작자와 이용자가 교류하는 글로벌 플랫폼이 됐다”고 말했다.

이중 네이버파이낸셜은 올해 상반기 중 ‘네이버 통장’을 출시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네이버통장을 시작으로 신용카드 추천, 증권, 보험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양질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종합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진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웹툰을 앞세운 콘텐츠 서비스 부문도 올해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네이버웹툰은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월간 사용자수(MAU) 6000만명을 달성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웹툰 지적재산권(IP) 기반의 영상 콘텐츠 사업도 준비 중이다. 우선 인기웹툰인 ‘신의 탑’, ‘노블레스’ 등을 애니메이션화해, 한국·미국·일본 등에 동시 방영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음에도 불구, 저조한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자회사 라인의 적자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네이버는 네이버와 라인 플랫폼의 지속적인 성장에 따라 매출은 증가했으나 라인 등 주요 자회사의 마케팅비용 및 투자 확대 등으로 영업이익은 감소했다고 밝혔다.

라인이 네이버 실적의 발목을 붙잡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네이버는 지난해 2분기까지 7분기 연속 영업이익 감소세를 겪은 바 있다. 이 역시 라인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일본 간편결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과도하게 투입한 탓이다.

라인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468억8800만엔(약 506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전날 밝혔다. 지난 2018년 순손실 37억1800만엔보다 적자 규모가 10배 이상 늘었다. 영업이익도 2018회계연도에 161억1000만엔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389억9700만엔 적자로 돌아섰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언론은 스마트폰 결제 서비스 ‘라인 페이’ 등 전략 사업 개발이나 마케팅 비용 등 선행 투자가 실적에 큰 부담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라인은 중요 사업인 스마트폰 등 모바일앱 시장이 국내외에서 급격하게 변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2020회계연도 실적 전망도 발표하지 않았다.

적자를 견디지 못한 네이버는 결국 라인 사업부문을 분사해 일본 마케팅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Z홀딩스’와 결합하기로 했다. Z홀딩스는 네이버 라인사업부문과 일본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야후재팬’의 경영통합을 위해 설립한 합작사다. 업계는 적자인 라인부문이 분할될 경우, 연결 실적에서 라인이 빠지는 만큼 올해 네이버의 영업이익이 상당부분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Z홀딩스와의 경영통합으로 라인은 매각 자산으로 잡혀, 경영통합 수개월 전에 네이버 연결에서 라인 실적이 제외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올해 당사자들간의 경영통합 절차가 완료된 이후 흡수분할계약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를 오는 9월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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