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당시 매출 26% 감소···우한폐렴으로 피해 입을 가능성 커져
중소벤처기업부 “긴급경영안정자금 투입해 중소기업·소상공인 피해 막을 것”

# 서울 강남구에서 옷가게를 운영 중인 박아름(29)씨는 우한폐렴 확산으로 매출이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한폐렴 때문에 사람들이 안 나와 장사가 안 된다. 마스크 구매하는 사람들 빼곤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악세사리를 판매하는 유이라(35)씨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많은데 마스크만 산다”며 “올해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아진다는 소식에 기대했는데, 중국 춘절(설) 연휴에도 없는 거 보니 매출 기대는 접어야겠다”고 하소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폐렴’ 악재로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항공·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는데, 전염 공포 확산으로 국내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한폐렴으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고대하던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다. 지난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냉랭해진 한중 관계가 올해 중국 춘절 관광특구로 개선되고, 오는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으로 관계 회복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분위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은 과거 사스·메르스 등 사태 당시 내수경제 위축을 경험한 바 있다. 이번 우한발(發) 사태는 국내 소비 위축과 중국 경제성장률과 맞물린다. 우한폐렴으로 중국 경제성장이 주춤하게 되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자연스레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우선 작년 성장률 6%를 겨우 넘은 중국 경제가 이번 사태의 후폭풍으로 6%대 아래를 기록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6%대 경제성장률을 기준으로 잡고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30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전문 연구기관인 플리넘을 인용해 중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기존 전망인 6%대에서 최대 4%p(포인트)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춘절 당일인 지난 25일 중국의 항공·철도를 통한 운송은 작년보다 40%나 줄었다. 플리넘은 이런 감소세가 한 주만 더 지속되면 항공·철도 산업은 연매출의 6.4%, 640억위안(한화 약 10조7000억원)을 잃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한폐렴 확산도 가파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30일 0시 기준 중국 31개 성에서 우한폐렴의 누적 확진자는 7711명, 사망자는 170명이라고 발표했다. 우한폐렴에 대한 공포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선 외식·쇼핑 등 외부활동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 국내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일부 커뮤니티·SNS등을 통해 국내서 우한폐렴으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괴담이 퍼지거나, 우한폐렴 확진자가 머물렀던 지역의 특정 상점 등에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지면서 애꿎은 상인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과거 메르스 사태 당시 텅 비었던 거리의 공포가 다시 소상공인들에게 데자뷰되고 있는 셈이다.

/ 자료=중소벤처기업부, 표=조현경 디자이너
/ 자료=중소벤처기업부, 표=조현경 디자이너

실제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27일 2015년 6월 메르스 사태 직후 중소기업·소상공인 2000여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방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당시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평균 26% 감소한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소상공인 비중이 높은 생활형 서비스업에서 피해가 컸다. 방문객·이용객이 감소했다는 응답이 75.5%로 가장 많았고 계약취소·연기 피해를 입었다는 응답도 63.3%에 달했다. 영업활동 차질(17.6%), 내부행사 취소(15.2%) 등 피해를 호소한 이들도 많았다.

감염 확산을 우려하는 시민들이 외출·소비를 삼가면서 음식점업 매출도 36.6%나 감소했다. 유동인구가 많고 소규모 점포가 밀집된 전통시장은 고객 수와 매출액이 50%까지 급감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도산대로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박현우(33)씨는 “최근 이 거리에 확진자가 돌았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겼다”며 “앞으로 우한폐렴이 더 확산돼 매출이 더 줄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논현동에 거주 중인 한가희(24)씨는 “강남쪽에 살아서 그런지 강남 어느 카페, 식당에 확진자가 다녀왔다는 메시지를 친구들로부터 자주 받고 있다”면서 “이게 진짜인지 확실하지 않음에도 무서워서 길거리를 다니기 꺼려진다”고 하소연했다. 한씨는 “어제 저녁 가로수길 카페를 갔는데 예전 같으면 자리가 없어야 하는데 어제는 텅텅 비었었다”면서 “우한폐렴 공포에 마스크도 구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부는 우한폐렴으로 인한 국내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우한폐렴 관련 대응반을 구성하고, 긴급경영안정자금 투입 등 대책을 준비 중이다. 앞서 메르스 사태 때도 중기부는 긴급경영안정자금, 소상공인특별자금 융자·보증 등 2400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이번에도 중기부는 재정을 긴급 투입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피해를 막을 계획이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우한폐렴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메르스 때처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과 협의를 통해 공동 대응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우한폐렴 사태로 실물경기가 위축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돼 메르스 때와 동일한 지원사업을 준비 중”이라며 “현재 12개 지방중기청을 통해 중소기업·소상공인 피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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