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정부 관계자·참고인 상대 긴급 현안질의···격리지역 주민 소통 부재·선정기준 등 추궁
김강립 차관 “지역 불만 초래한 점 사과, 사전 양해를 구하는 데 한계”
유증상자 정보공개, 낙인효과 등 부작용 언급···검역법 개정안 국회 통과 호소도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관련 현안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관련 현안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됨에 따라 정부가 중국 우한 지역에 거주 중인 약 700명의 한국 교민들을 귀국시키고 임시 격리지역을 지정하는 과정에서 혼란을 빚은 것과 관련해 여야가 일제히 지적했다.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실시된 정부 관계자‧참고인 등을 상대로 한 긴급 현안질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격리지역 주민들과의 소통 부재와 격리시설 선정 기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앞서 정부는 우한 지역 거주 한국교민의 임시거주 시설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등을 지정해 발표했다. 하지만 당초 정부가 격리지역을 이 두 곳이 아닌 충남 천안을 검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격리지역 주민들로부터 거센 저항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한 교민 수용에 있어 정부가 수용장소를 변경한 탓에 진천·아산 주민 반발 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정부가 자치단체 등과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한 데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격리지역 결정을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인 통보로 진행하면서 일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등을 대신해 정부측 관계자로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정부의 최종적인 시설 선정 과정에서 발표된 지역 소재 시설과 다른 시설들이 언급됨으로써 지역의 불만을 초래한 점은 사과드린다”며 “사전에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앞으로 이해를 구하는 절차를 갖추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격리수용 시설을 정부가 최종 선정하고 발표하기 전, 1차적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그 지역(아산·진천) 주민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야당에서는 격리지역 선정 기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진천·아산 지역은) 특히 농촌 지역이라 고령자가 많아 질병에 취약하고, 특히 시설 주변에 유치원 및 초중고교를 비롯해 인구가 밀집해 있다”고 정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김 차관은 “우한 교민들을 데리고 오겠다고 결정된 이후 신청자들이 빠르게 증가했다”며 “우한 교민을 모셔올 때, 이분들을 2주간 보호하는 임시시설 선정에 있어 운영 주체(국가기관) 및 인원수용 능력, 관리 용이성, 공항 무정차 접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아직 정확한 치료법·치료제가 안 나와 있어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 불안감을 덜어드릴 수 있게 정부가 대책마련 등에 노력하겠다”면서도, “(격리시설 이전 등) 시간적으로 다른 대안은 없다”고 밝혔다.

이날 현안질의에서는 유증상자에 대한 정보공개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확진자에 대한 정보는 (정부가) 잘 제공하고 있지만, 유증상자에 대한 정보는 잘 알려지지 않아 지역에선 괴담이 돌고 있다”며 “정보 취합 제공 부분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 차관은 “유증상자 공개에 대해 낙인효과나 지역사회의 차별 문제 등 여러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어떻게 하는 것이 합리적인지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보겠다”고 답했다. 현재 유증상자의 경우 수만 공개할 뿐 이동 경로 등 구체적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불확실한 가짜 뉴스가 확산되고 있지만, 공개 후 부작용도 결코 적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이번 우한폐렴과 같은 신종 감염병의 확산 저지 과정에서 의료기관 손실에 대한 현실적 보상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감염병 관리기관을 중심으로 의료기관이 환자의 치료, 진료, 격리 과정에서 병원·병동 폐쇄 등 메르스 확산 방지에 대한 정부 조치에 협조함에 따라 발생한 의료기관의 손실보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지역사회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의료인, 의료기관의 협조가 매우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의사들 입장에서는, 환자가 경유했다는 소문이 잘못 나고, 잘못된 정보가 유통될 경우 병원이 도산 위기에 빠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일종의 불안감과 공포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차관은 국회에 계류 중인 검역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국회가 법령과 예산 지원으로 감염병 대응에 관심을 가져왔다. 아쉬운 것은 보건복지위원회가 거의 전부 개정에 가까운 검역법 개정안을 전체회의 통과시켰지만 아직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라며 “검역법이 개정되면 현재 권역별로 진행되는 검역이 과거 프레임에서 탈피해 신종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강화된다”고 밝혔다.

2차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지방자체단체와 정보를 수시로 공유하고, 보건소의 기능 지침 변경을 통해 방역 인력과 역량을 투입하는 등 총력 대응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없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번 일(우한폐렴)을 겪으면서 부족한 부분이 나타나고 있다. 검역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권역별 검역을 강화할 수 있는 체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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