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을 통해 만난 소중한 인연들

덕질의 스펙트럼은 얼마나 될까. 필자의 사적 경험에 따라 이전까지의 덕질을 헤아리거나 뒤돌아볼 때, 덕질의 대상을 제외하고도 우연히 겹치거나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이는 다시 말해 내가 어떤 대상에 대해 덕질을 하게 돼 만난 사람들이 인생의 한 귀퉁이를 함께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취향의 공동체라는 것이(덕질 메이트) 자신을 이루는 정체성의 한 부분이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인생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취향이라는 것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타고난 것도 분명 있겠지만 문화적 자본과 경제적 자본이 견고하게 만들어낸 취향은 자신이 접한 특정한 배경과 어우러져 평생동안 설계된다. 

특히 소셜 네트워크 기술이 발달한 지금의 경우, 단순히 물리적으로 접할 수 있는 취향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와 영상을 통해 자신이 가진 덕질 대상들을 개발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로 인해, 주변의 사람들과 자신이 갖고 있는 다양한 경험들이 어우러져 덕질의 대상을 선정하게 되고, 그것은 관습처럼 체화되거나 또 다른 취향의 범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칼럼을 처음 시작할 때 밝혔듯, 필자는 ‘팬텀싱어2’ 우승자 ‘포레스텔라’의 팬이다. 

원래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았고, 그로인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나 오디션 프로그램을 분석하는 글 또한 많이 썼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장점은 이를 보는 시청자로 하여금 추후 ‘멤버’가 될지도 모르는 참가자들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고, 이는 자신이 응원하는 참가자가 우승을 했을 경우 극에 달하게 된다. 

특히 포레스텔라를 3년째 좋아하면서 거기서 만난 덕질 메이트들과는 이전까지 덕질 궤적과는 달랐지만, 취향이 비슷한 까닭에 포레스텔라 말고도 더 많은 공통의 ‘취향’을 발견하고 확산돼가는 과정들이 분명 존재했다. 그것은 음악적인 것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뮤지컬, 심지어 음식, 인테리어와 같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취향의 개발과도 관련이 있었다.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취향 공동체가 3년 동안 서로의 취향을 긴밀하게 이야기하면서 내적 친밀성을 쌓게 되는 건 삶에 있어 새로운 ‘커뮤니티’가 생기는 것과 유사하다. 그로인해 공통의 경험이 누적된다는 건 그야말로 같은 공간 내에서 시간을 축적해나간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의 팬’, ‘어떤 것의 열광자들’은 덕질을 통해 커뮤니티 내에서 더 깊은 취향의 공통분모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인생을 통틀어 다시오지 못할 경험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평생의 파트너와 취향까지 잘 맞으면 너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이게 훨씬 많을 거라 예상한다)를 생각해보면 자신이 열광하는 대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낌없이 주는 대상을 공유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들과의 관계 또한 덕질의 대상처럼 이해타산을 벗어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또 하나의 취향공동체, 아니 대안가족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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