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보수당 혁통위 참여 미온적 태도···유승민 “한국당 정한 통합 협의 마지노선 들은 바 없다”
혁통위 “새보수당, 31일까지 참여 여부 결론내야”···논의 지연에 보수진영 내부 불만 목소리
安 전 대표 바른미래당 탈당, 신당 창당 속도···‘옛안철수계’ 혁통위 참여, 통합 포석 평가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통합추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통합추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혁신통합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보수통합’ 논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가 관측된다.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 등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정당들이 기대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서다.

다만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9일 바른미래당을 공식 탈당하고, 독자 신당 창당 계획을 밝힌 상황에서 신당 창당 이후 안 전 대표가 혁통위에 참여할 경우 보수통합 논의는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새보수당 등 야당들은 4‧15 총선을 앞두고 보수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권심판’을 이루기 위해서는 보수층 결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국당은 보수통합 논의 기구로 혁통위를 구성했고, 새보수당이 제안한 ‘양당 통합 논의’도 받아들이며 보수통합의 불씨를 당겼다.

하지만 한국당과 새보수당 간 통합 논의는 양당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논의는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새보수당이 혁통위 논의에 참여할지 여부를 두고 확답을 주지 않자 한국당은 혁통위를 통해 압박을 가하는 모습도 관측되고 있다.

지난 28일 박형준 혁통위 위원장은 혁통위 8차 회의를 마치고 “금요일(31일)에 1차 통합 결과를 국민께 보고하는데, 새보수당이 그때까지 참여할 것인지 아닌지 입장을 결정해야 한다”며 “새보수당의 입장이 결정되지 않은 것 같은데 내일과 모레 사이에 어떤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새보수당이 통합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한국당·새보수당) 의원들도 결정을 해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오는 31일까지 1차 통합 결과 대국민보고를 하고, 다음달 1일부터 통합신당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 다음 달 중순경 통합신당을 출범하겠다는 것이 혁통위의 계획이다. 때문에 새보수당이 이번 주까지는 정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 혁통위의 주장이다.

하지만 새보수당은 당 의원들과 충분한 논의가 중요하고, 논의 파트너인 한국당으로부터 일정과 관련한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유승민 새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은 “황교안 대표(한국당)와 대화가 계속 진행되고 있고, 충분히 대화가 진행되면 황 대표를 직접 만나 서로 생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화 결과에 대해서는 당 구성원들에 설명하고, 각자 당 안에서 상의한 다음에 결론이 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진보 진영에서는 선거 연대나 후보 단일화를 많이 해왔다며, 보수 통합 안에는 선거 연대나 후보 단일화도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한국당에서 정한 통합 협의 마지노선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으며, 며칠까지 무엇을 하겠다는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수통합의 정당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양당간 통합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다는 것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국당과 새보수당간 신경전에 불이 붙으며 보수통합 논의가 지연되자 보수진영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

김무성 한국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보수를 지지하는 국민들은 우파·보수통합을 누가 이끄는지 누가 방해하는지를 잘 지켜보고 계시다”며 “나라를 망치는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한 우파·보수 통합을 위해 각자 밥그릇을 챙길 한가한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로부터 나라를 구하기 위해 광장에 나선 애국시민이 많은데 일부 정치인이 당치 않은 이유를 대면서 정당을 창당한다고 한다”며 “이는 그동안 많이 고생하셨던 애국시민을 분열의 세력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갑산 범시민단체연합 상임대표 또한 지난 혁통위 회의에서 “황교안·유승민 두 분이 불출마를 통해 기득권을 제발 내려놓길 바란다”며 “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독자 신당 창당이 보수통합의 불씨를 살리는 불쏘시개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 전 대표가 신당 창당 후 혁통위 논의에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미래당 재창당이) 이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비통한 마음으로 바른미래당을 떠난다”고 선언했다.

앞서 안 전 대표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만나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하고, 안 전 대표 자신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만큼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기성정당의 틀과 기성정치 질서의 관성으로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자기편만 챙기는 진영정치를 실용정치로 바꿔야 한다”면서 “실용적 중도정당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지고 합리적 개혁을 추구해 나간다면 수십 년 (누적된) 한국사회의 불공정과 기득권도 혁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신당 창당 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안 전 대표는 창당 작업을 함께할 동료들을 물색하고, 본격적인 신당 창당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신당 창당 후 독자적으로 선거에 나설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정당 간 통합 논의에 불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안 전 대표가 혁통위와의 통합 논의에는 선을 긋고 있지만,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정치권은 보고 있다. 이날 이른바 ‘옛 안철수계 인사’로 분류되는 문병호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김영환 전 의원 등이 혁통위에 합류한 것도 향후 통합 논의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 전 의원은 “통합신당의 추진에 안 전 대표가 함께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운 생각을 갖고 있다”며 “안 전 대표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통합신당이)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뭔가 새로운 정당으로 출현해야만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런 조건을 만드는 데 노력해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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