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국·유남영·강호동 후보 등 주요 후보 공약 제시···향후 계열사간 경쟁관계 형성 우려
중앙회 70%·농축협 30% ‘조합 공개’ 및 글로벌 강화 등 지주 개혁안도 주목

농협중앙회/사진=연합뉴스
농협중앙회/사진=연합뉴스

차기 농협중앙회장 선거와 맞물려 농협의 핵심 사업 부문 중 하나인 상호금융에 대한 개혁 요구도 늘어나고 있다. 상호금융은 지역 농협의 주요 수익원으로 조합원들의 복지와 직결되는 사업이지만 금융지주 분리 등을 거치며 지속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되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나선 주요 후보들은 모두 상호금융을 독립법인화하고 사업 부문을 확대하는 등 상호금융의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한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상호금융 사업의 개혁이 시작될 경우 농협금융지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31일 열리는 제24회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정책은 상호금융 독립법인화다. 이는 김병원 전 회장이 경제지주 폐지와 함께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안이었지만 자본비율, 건전성 지표 등의 문제로 끝내 실현되지 못했다.

상호금융 독립법인화는 1118개에 달하는 상호금융을 하나의 운용 주체로 묶어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방안이다. 현재 체제에서는 금융 기법과 자산 관리, 리스크 관리 등의 역량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독립적인 체제가 마련될 경우 농협중앙회 위주가 아닌 수익률 위주의 투자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농협 상호금융의 연체율은 1.59%로 2018년 말 대비 0.53%포인트 늘어났으며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21%에서 1.82%로 0.61%포인트 악화됐다. 지난해 3분기 동안의 자기자본순이익률도 9.84%로 전년 동기(12.06%)보다 2.22%포인트 낮아진 바 있다.

이에 이번 선거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김병국 후보(전 서충주조합장)와 유남영 후보(정읍조합장), 강호동 후보(합천율곡조합장)는 모두 상호금융 독립법인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세부적인 시행 방안에서는 일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김병국 후보는 가장 체계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상호금융본부 신설과 금융지주 조합 공개, 상호금융연합회 출범 등 3단계를 거쳐 상호금융을 독립시킬 계획이다.

강호동 후보와 유남영 후보는 상호금융 업무 영역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강 후보는 상호금융 동일인당 여신한도를 대폭 증액하거나 폐지할 예정이며 담보비율과 대출비율, 업무 영역을 제1금융기관 수준으로 확대 조정할 방침이다. 유 후보는 상호금융에서 자동차보험을 신규 취급할 수 있도록 하고 방카슈랑스 기준 완화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후보들이 이런 공약들을 내놓자 농협금융지주 내부도 긴장감에 휩싸였다. 상호금융이 독립법인화되고 사업 영역이 확대될 경우 기존 농협금융 내 계열사와 경쟁관계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후보의 경우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개혁 공약도 함께 제시하고 있어 더욱 이목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 후보의 ‘금융지주 조합 공개’다. 김 후보는 중앙회가 70%, 농축협이 30%의 지분을 소유함으로써 농축협의 소유·통제 원칙을 세우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강 후보는 또 ‘농협금융 글로벌 진출’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현재 10개 수준인 해외 점포망을 20개로 확대해 해외 사업의 수익 기여도를 경쟁 은행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한 농협금융 내 관계자는 “현재 금융지주의 협의 대상은 중앙회 내 상호금융부문이지만 만약 상호금융이 독립하게 된다면 협의할 주체가 달라지게 된다”며 “농협금융의 입장에서는 좀 더 세밀한 업무 협의 채널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만약 농협중앙회가 100%를 가지고 있는 현 지분 구조가 달라지게 된다면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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