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강남 재건축 총회에 의사 출신 감염자 참가해 혼란 겪어
주택법 시행령 20조 4항따라 초합 총 인원 20% 이상 총회에 참석해야 인정돼
조합 “재산권 걸린 문제니 미뤄선 안 돼, 노약자 제외한 최소 인원만 참가하자” 제안도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재건축 조합 총회 현장 모습. 해당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으로, 사업장은 이미 이주 및 철거를 마치고 분양을 앞두고 있는 사업장. 기사 본문과는 구체적인 관련이 없음. /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재건축 조합 총회 현장 모습. 해당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으로, 사업장은 이미 이주 및 철거를 마치고 분양을 앞두고 있어 기사 본문과는 구체적인 관련이 없음. / 사진=연합뉴스

 

일몰제 위기에 처한 서울 40여개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혼란에 빠졌다. 오는 3월 초로 예정된 일몰제를 피하기 위해선 약 한 달 이내에 조합 창립총회를 개최하는 등 사업에 막판 스퍼트를 올려야 하는데, 신종 코로나 탓에 조합총회 참석률이 저조해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진흥아파트와 강북구 미아동 4-1구역 추진위는 내달 1일 조합 설립 창립총회를 열고 조합장, 감사, 이사, 대의원 등을 선출하며 본격적인 재건축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서초구 신반포2차도 내달 15일 조합 창립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며 송파구 장미아파트는 다음 달 23일 창립총회를 열고 조합 설립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처럼 다음 달에 서울 내 정비사업장의 조합 창립총회가 줄줄이 예정된 이유는 정해진 기간 내에 사업이 다음 단계로 진척되지 않으면 시·도지사가 직권으로 정비구역에서 해제하는 절차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일몰제로, 해제 절차에 발목에 잡히면 매몰비용 등에 따른 피해와 소유주들의 개별 개발행위 등으로 다시 정비사업을 추진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진다.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우한 폐렴 사태까지 겹치자 조합들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택법 시행령 제20조 4항에 따르면 총회의 의결을 하는 경우에는 조합원 10% 이상이 직접 출석을 해야 하고, 창립총회 또는 국토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의결하는 총회의 경우에는 조합원의 20% 이상이 총회에 직접 출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총회 자체가 무효화된다. 총회 참석을 계획했던 조합원이 감염을 걱정해 몸 사리며 총회에 불참해 직접 참석률이 20%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꼼짝없이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된다.

실제 재건축 사업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총회에 참석했다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던 사례도 있다.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가 발병했을 때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조합원이자 메르스 확정 판정을 받은 30대 중반 서울삼성의료원 소속 의사 A씨는 1600명 가까이 참석한 사업 시행 인가 총회에 참석해 슈퍼 전파자 우려를 샀다. 다행히 해당 총회에 참석한 1600명이 자가 격리에 들어가면서 해당 사업장에서 더 이상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후 독감 등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가 돌 때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재건축 총회에서는 자연스럽게 참석률이 저조해졌다.

우한 폐렴으로 재건축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해 일부 조합에서는 자체 대안을 내놓기도 한다. 내달 창립총회를 앞둔 A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노약자는 아예 총회 참석을 하지 말고, 꼭 참석해야 할 조합원 수만큼만 참석해 서로 간의 물리적 거리를 충분히 둔 상태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총회를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B 조합 관계자는 “우한 폐렴 사태로 걱정이 크지만 일몰제 시한이 임박한 만큼 총회를 미룰수는 없다”며 “입구에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비치해 두고 체온 측정 등을 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처럼 일몰제를 피하기 위해 막판까지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사업장이 있는가 하면 일몰제를 피하기 위해 소유주로부터 일몰 연장 신청서를 제출받아 생존 활로를 찾는 사업장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압구정 3지구와 흑석1구역이다. 이들은 주민 동의율 30%를 달성해 연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시의 승인을 받아야만 조합 일몰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승인을 받고 일몰제 연장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시가 지난해 상반기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의 증산4재정비촉진구역을 일몰제에 따라 정비구역에서 해제시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토지 등 소유자 32%의 동의를 얻어 일몰제 연장을 신청했지만 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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