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TRS 회수에 알펜루트자산운용 환매 중지
수익 높이기 위해 TRS 레버리지 키운 점이 문제 지적
증권·운용사 TRS 계약 잔고 2조원 수준···우려 더욱 확산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알펜루트자산운용도 펀드 환매 연기를 결정한 가운데 이번 사태 원인으로 금융투자사들의 과도한 욕심이 지목되고 있다. 수수료 수익을 높이려는 증권사와 레버리지를 많이 일으키려는 운용사의 수지가 맞아떨어지면서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에 리스크가 증대됐고, 한계에 도달하자 유동성 문제가 터져나왔다는 지적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알펜루트자산운용은 26개 펀드에 대해 다음 달 말까지 차례로 환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환매 중단 예상 금액은 총 2300억원 규모로 이 중 절반 이상인 1380억원어치가 개인투자자 자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펜루트자산운용과 TRS 계약을 맺은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이 리스크 관리차원에서 자금을 거둬들이기로 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알펜루트자산운용에서도 펀드환매 중지가 발생하면서 금융투자사들의 과도한 욕심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결과적으로 자산운용사들이 TRS를 통해 무리하게 레버리지를 일으켰고 증권사들은 이러한 리스크를 감안하지 않은 채 수수료 수익 증대를 목적으로 이를 용인했다는 주장이다.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알펜루트자산운용도 펀드 환매 연기를 결정한 가운데 이번 사태 원인으로 금융투자사들의 과도한 욕심이 지목되고 있다. / 자료=금융감독원.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알펜루트자산운용도 펀드 환매 연기를 결정한 가운데 이번 사태 원인으로 금융투자사들의 과도한 욕심이 지목되고 있다. / 자료=금융감독원.

TRS는 총수익매도자가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익이나 손실 등 모든 현금흐름을 총수익매수자에게 이전하고 그 대가로 약정 이자나 수수료를 받는 거래를 말한다. 그동안 TRS는 기업들의 순환출자 해소, 자금 조달, 재무구조 개선,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 등을 위해 광범위하게 활용됐다. 증권사와 사모펀드 사이에선 주로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용도로 TRS 계약이 이뤄졌다. 

라임자산운용의 경우 사태가 발생하기 전 KB증권, 신한금융투자와의 TRS 계약에서 50% 수준의 담보비율을 설정했다. 헤지펀드 운용사가 50억원이 있다면 100억원 규모의 포지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담보 비율이 낮을 수록 운용사 입장에서는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증권사는 수수료 수익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반대의 상황이 발생하면 자산운용사는 큰 타격을 입는다. TRS 계약 특성상 손실이 발생하면 총수익매수자인 운용사에 이전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과 같이 위험성이 높은 메자닌 자산(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의 자금 차입은 리스크를 더욱 증대시키는 요인이 된다. 게다가 증권사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TRS 계약을 축소할 경 유동성 위기에 쉽게 노출된다. 특히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다수는 개방형 펀드로 부정기적인 환매 수요에도 대응할 여력이 필요했다.

증권사 역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빠르게 운용자산을 늘리고 성과를 내려는 운용사의 욕심도 문제였지만 증권사들도 리스크에 안이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TRS 계약으로 손실을 떠넘길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를 간과한 채 담보비율을 낮게 설정했고, 문제를 인지한 뒤에는 담보비율을 높이거나 TRS 계약을 거둬들이면서 문제를 더욱 키우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증권사들은 TRS 담보 비율을 100%로 높이거나 계약을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알펜루트자산운용처럼 다른 운용사들에서도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TRS 계약으로 자금을 대준 운용사는 20곳에 육박하며 해당 자금 규모는 총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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