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본 “확진자 대상 기존 항바이러스제 투약”···중국은 에이즈 치료제 활용
세계 각국에서 백신 개발도 착수···임상시험 지속 등 과제 산적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우한폐렴 대응 의료기관인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현장점검 전 마스크를 쓰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우한폐렴 대응 의료기관인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현장점검 전 마스크를 쓰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우한 폐렴이 최근 급속도로 확산됨에 따라 확진자를 대상으로 어떤 의약품을 사용해 질환을 치료하는지가 주목된다. 한국 보건당국은 우한 폐렴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한다고 밝히고 있다. 

28일 질병관리본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경기도 평택에서 네 번째 우한 폐렴 확진자가 발생하며 국민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질본 등 보건당국은 현재 우한 폐렴 확진자들을 대상으로 기존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항바이러스제 투약은 대증요법의 일환으로 파악된다. 대증요법이란 어떤 질환의 환자를 치료하는 데 원인이 아니라 증세에 대해서만 실시하는 치료법을 지칭한다.

전 세계적으로 우한 폐렴은 예방 백신은 물론 치료제도 개발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확산 추세를 감안해 중국을 비롯한 타 국가들도 우한 폐렴 백신 개발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우선 우한 폐렴이 발생한 중국의 경우 의료진은 현재 임시방편으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용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 에이즈 치료제를 지칭한다. 지난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 보건당국은 현재 디탄병원 등 3곳의 병원에서 우한 폐렴 환자들에게 HIV 치료에 쓰이는 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를 투여하고 있다.

우한 폐렴 확진자에게 실시되는 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 투여는 전 세계 여기저기서 확인되고 있다. 지난 24일 국제학술지 란셋에 발표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 41명의 임상보고서’에 따르면 우한 폐렴 환자들에게 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 투여가 이뤄지고 있다. 두 의약품은 에이즈를 유발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치료하는 약제다. 보통 두 가지 약제가 함께 쓰인다. 약품의 역할은 HIV 바이러스가 신체 세포에 결합해 번식하는 상황을 막는 것이다.

임상보고서는 우한 폐렴에 대한 항바이러스 등 치료에서는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반면 HIV 치료제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내려 눈길을 끌었다. 보고서는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되지는 않았다”며 “단, 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 병용 투여가 지정된 병원에서 수행되고 있다. 추가적 효과성과 안전성 평가를 위해 무작위 대조 시험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두 HIV 치료제는 과거 사스와 메르스 치료에도 실험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수년 전 메르스 사태 때 사용된 C형 간염 치료 성분 ‘인터페론’ 등이 메르스와 유사한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서도 대체 치료제로 활용될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또 우한 폐렴의 급속 확산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백신 개발이 착수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1일(이하 현지 시각)에는 미국 보건연구원이 우한 폐렴을 위한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들어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어 24일에는 피터 호테즈 미국 베일러 의과대학 열대의학대학 학장이 텍사스대학, 뉴욕 혈액센터, 푸단대학 연구진과 공동으로 백신 개발을 위해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확산 추세인 우한 폐렴이 향후 이른 시일 내에 진정될 경우에는 연구소와 민간 기업체가 우한 폐렴 예방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을 중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우한 폐렴 백신 개발을 선언한 안토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는 사스 감염 사태 당시 백신을 개발해 임상 1상 단계까지 진행해 주목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사태가 진정되며 백신 개발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 줄어들어 상업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한 사례로 꼽힌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현재 상황에서 일단 어떤 약물로 우한 폐렴을 치료해야 할지를 언급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향후 1주일에서 10일 정도 상황을 지켜보자”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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