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출장인력 복귀 명령···“불가피한 경우 外 출장 인력 축소 및 요건 대폭 강화”
3사 생산기지 우한 반경 800km 이내 위치···“파장 있지만, 사업 위축 우려 수준 아냐”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중국 우한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른바 ‘우한 폐렴’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수일 동안 중국 현지에서만 3000명에 육박하는 감염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한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뿐만 아니라, 미국·캐나다·호주·프랑스·독일 등에서도 확진 판정자가 속출하고 사망자도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기업들의 대응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바이러스 진원지인 우한 지역에 배치했던 주재원 및 출장 인력들을 귀국시키고, 우한 이외 중국 전 지역의 출장도 최소화하는 추세다. 특히 중국을 거점 기지로 삼은 국내 배터리업계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만전을 기하는 분위기다. 중국은 유럽·북미 등과 더불어 세계 3대 배터리 시장으로 꼽힌다.

28일 ‘배터리 빅3’로 분류되는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3사는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국내외 근로자들 중 우한 폐렴 확진자는 물론, 감염 의심 사례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사업 특성상 중국을 오가는 직원이 많은 만큼, 이들을 매개로 한 바이러스 유입을 우려해 업계마다 경계 태세를 갖춘 상태다.

LG화학은 중국 출장을 금지시켰다. 현재 출장 중인 인력에 대해 전원 복귀 명령을 하달한 상태다. 업체 관계자는 “출장자들의 전원 복귀를 위해 관련된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며, 예방행동 수칙 및 대응체계를 안내 중”이라면서 “다만 불가피한 사안들과 관련된 출장과 관련해선 임원들의 재가 아래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삼성SDI는 우한 폐렴 관련 TF를 구성하고 대응 방안을 직원들에게 공지했다. 전 임직원의 중국 출장을 지양함과 동시에 개별적인 여행 및 방문 등도 자제해줄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사업장 출입 게이트마다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드나드는 모든 사람의 체온 모니터링을 실시 중이다. 또 기숙사·식당 등 다중 이용시설 등에 대한 방역 활동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앞서 우한 소재 10명의 SK종합화학 소속 직원들을 귀국시킨 SK이노베이션은 전 사적으로 우한 지역 출장을 금지했다. 우한 이외 중국 전 지역에 대해서는 필요할 경우 부서장의 재가 아래 소규모로 출장 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며, 이들이 귀국했을 때에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10일간 의무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하도록 했다.

다만, 이들 3사가 중국 배터리 사업장에 배치된 주재원들에 대해서까지 귀국 조치를 내린 것은 아니다. 가동 또한 정상적으로 이뤄진다. 각 생산라인이 우한 지역에 위치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본사와 현지 간 소통을 바탕으로 파견 주재원들의 철수 조치를 내릴 정도의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난징에, 삼성SDI는 시안에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최근 옌청공장 가동을 시작했으며, 내년 완공을 목표로 창저우에도 생산기지를 증설하고 있다.

생산라인은 바이러스 진원지인 우한을 중심으로 반경 800km 이내에 집중해 있다. LG화학 공장이 위치한 난징은 우한으로부터 동북쪽으로 약 550km 떨어져 있으며, 삼성SDI 공장이 위치한 시안도 북서쪽으로 약 800km 거리다. SK이노베이션 옌청공장은 동쪽으로 800km, 신설 중인 창저우 공장은 이보다 가까운 650km 동편에 자리했다.

서울-부산 간 거리보다 멀지만, 국토가 넓은 중국에서는 비교적 인접지역으로 분류된다. 특히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공장이 집중된 우한 동쪽 지역은 중국 내에서도 물동량이 많은 상하이로 가는 길목이어서, 우한과의 교류가 빈번하다. 삼성SDI 공장이 위치한 시안도 중국 중서부를 대표하는 대도시인 까닭에 우한과의 왕래가 잦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우한 폐렴이 국내 배터리업계의 현지 시장 개척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차별적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폐지되는 수순에 발맞춰 국내 기업들의 공략이 가속화하는 시점”이라면서 “주재원·출장 등에 따른 파견 인력이 상당하며 현지 채용 인력도 점차 많아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각 업체는 “이번 우한 폐렴 여파가 배터리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공통적으로 진단했다.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중국 경기 침체 등으로 업계 전반이 다소 위축될 수 있다는 데에는 공감했지만, 현지 공략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만한 특이점은 없을 것으로 내다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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