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노·사무금융노조, 공동 대응 방침···박홍배 “이재진 위원장과 상의할 것”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당선 후 첫 행보로 기은 노조 방문···정부·여당 부담 불가피

지난 22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 출근 저지 집회’에 참석한 김동명 한국노총 신임 위원장/사진=연합뉴스
지난 22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 출근 저지 집회’에 참석한 김동명 한국노총 신임 위원장/사진=연합뉴스

금융권에서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조합이 장기간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는 기업은행에 이어 한국예탁결제원도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예탁원 노조 역시 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출근 저지 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예탁원 노조와 기업은행 노조가 소속돼 있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논란에 공동 대응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사무금융노조와 금노의 상급단체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까지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16일 예탁원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신임 예탁원 사장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노조 측은 “사장 공모 절차에 대한 모든 과정 및 정보에 대한 접근이 차단된 채 낙하산 인사의 사장 만들기를 위한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며 “엄연히 임원추천위원회라는 별도의 중립적 공식기구를 구성했음에도 금융위의 사인에 따라 관료 출신 특정인을 낙하산 사장으로 내리꽂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조는 “사장 내정을 취소하고 재공모를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날 업계에 이명호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이 예탁원 신임 사장에 내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즉각 반발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만약 임명을 강행할 경우 노조는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예탁원 노조의 거센 반대는 최근 장기화되고 있는 기업은행 낙하산 논란에 일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간담회를 계기로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이 격화됐고 예탁원 노조도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관료 출신인 이병래 전 예탁원 사장의 경우 정부 관료출신이었음에도 선임 당시 별다른 내부 반발이 없었다.

향후 예탁원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이 현실화되면 예탁원 노조가 소속돼 있는 사무금융노조와 기업은행 노조가 소속돼 있는 금노는 공동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사무금융노조는 이재진 신임 위원장이 기업은행 노조 투쟁 현장에 방문하는 등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박홍배 금노 위원장 당선자는 “이미 사무금융노조 측은 일주일에 몇 번씩 기업은행 투쟁 현장에 와주는 등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낙하산 저지 투쟁이 현실화 된다면 이재진 신임 위원장과 상의해서 공동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상급단체인 양대 노총이 함께 개입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미 금노가 소속돼 있는 한국노총은 기업은행 투쟁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21일 실시된 한국노총 선거에서 위원장에 당선된 김동명 신임 한국노총 위원장은 당선 직후 첫 행보로 기업은행 노조를 방문했다. 다음날인 22일 아침에는 출근 저지투쟁에 함께 나서기도 했다.

여기에 예탁원을 계기로 민주노총까지 가세하게 되면 4월 총선을 앞둔 여당과 정부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와 여당도 사태가 더 커지기 전에 기업은행의 갈등 국면을 마무리하기 위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신년 기자간담회라는 상징적인 자리에서 대통령이 노조를 탓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노동계가 격분했다”며 “기업은행 갈등이 해소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처럼 보였지만 다시 원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조금씩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다만 아직 실질적인 성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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