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전문가들 “정부, 한미연합훈련 유예·제재완화 위한 노력 필요”
“개별관광 등 지엽적 접근으론 관계 개선·비핵화 한계” 지적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 충남 계룡대 본관 대회의실에서 국방부, 국가보훈처 업무보고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 충남 계룡대 본관 대회의실에서 국방부, 국가보훈처 업무보고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 대북 개별관광과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정밀조사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정도 수준으로 북한이 호응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미연합훈련의 대폭적 축소 또는 유예, 남북정상 합의문 이행 의지 표명 등 전면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최대한의 남북협력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막혀 있는 남북관계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위해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않고 남북관계에서 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찾아 최대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또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하면 상응 조치에 대북제제 완화가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통일부는 대북 개별관광이 유엔의 대북 제재 및 미국의 독자 제재와 무관하다며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21일(현지시간) 남북 철도연결을 위한 2차 조사를 추진하겠다며 미국과 제재 위반 여부에 대해 협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북한과의 근본적 관계 진전과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 내지 못할 것으로 평가했다.

북한이 남한에 요구해 온 주체적 행동과 한·미에 주장한 것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인 점을 고려했을 때 여전히 북한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과 미국 정부는 북한이 비판해온 한미연합훈련을 지난해 수준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지난 21일 국방부는 올해 3~4월 예상되는 한미연합훈련을 지난해처럼 규모를 줄여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축소된 형태의 한미연합훈련도 반발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1일 당 전원회의 결과 보고에서 자신들의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중단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크고 작은 합동군사연습들을 수십 차례나 벌려놓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는 23일 “정부는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는 것이 어렵다면 지난해보다 더 축소한 형태로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그 이후의 훈련은 도쿄올림픽 기간에는 중단한다는 발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한 문 교수는 정부가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중국과 러시아와 공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의 실제적 조치를 취하면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16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 제재의 일부 해제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해산물·섬유 수출 금지 해제, 남북 철도와 도로 협력사업 제재 대상에서 면제, 해외 북한 노동자 송환 시한 폐지다. 그러나 미국 등의 반대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문 교수는 지금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안전보장과 제재 해제 등 근본적 문제를 풀라는 것이라며 개별관광과 철도 조사 등 지엽적인 접근으로는 남북관계과 북미 대화의 교착 상황을 풀기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주용철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참사관은 2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에서 “지난 2년 동안 북한은 핵·탄도 실험을 자제해왔다. 불행하게도 미국은 이러한 긍정적인 태도를 무시했으며 계속해서 제재를 부과하고 한국과 공격적인 군사 훈련을 했다”며 “미국의 대북 제재는 가장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다. 이러한 태도가 계속된다면 한반도 비핵화는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문 교수는 “대북 제재는 오히려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강화하게 만든다”며 “온갖 고난을 겪으며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한 북한이 제재 강화로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광수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갈등, 대선과 탄핵 이슈로 먼저 나서서 북한과의 문제를 풀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결국 문재인 정부가 움직여야 한다.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남북 정상 합의문 이행 의지 표명 등 남북관계 진전의 진정성을 보여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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