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당국, 공식홈페이지·SNS통해 폐렴 예방법·개인위생수칙 등 게재
유커, 한국 관광 반응 엇갈려···질병관리본부, 공항 검역 강화 방침

23일 서울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예방행동수칙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23일 서울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예방행동수칙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우한 폐렴’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중국 관광객(유커) 13만명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은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중국 설)을 맞아 방한하는 것인데, 폐렴이 ‘사람 간 감염’이 될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이번 설 연휴가 확산 여부를 가를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우한이 속해있는 중국 후베이성 정부는 전날 밤 10시 기자회견을 열고 “후베이성 우한 폐렴 확진자는 444명이고, 이 중 1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중국 전역의 확진자는 현재 54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한 폐렴의 병원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다. 감염 환자는 발열과 호흡기 증상(마른 기침, 인후통, 호흡곤란 등), 흉부 X-선상 폐 침윤 등의 증상을 보인다. 다만 아직까지 감염원, 감염경로, 잠복기 등에 대해선 명확하게 확인된 바 없고, 백신과 치료약 역시 없는 상황이다.

중국 국가보건위원회의 저명한 과학자 종난산씨는 지난 20일 중국중앙방송 인터뷰에서 “우한 폐렴의 사람 간 전염 현상은 확증적”이라며 “광동성에서 보고된 2건의 감염사례가 사람 간 전염이고 의료진도 감염됐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은 우한 폐렴의 발병지인 우한시를 한시적으로 봉쇄하고, 확산을 막기 위한 총력 대응전에 돌입했다. 후베이성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대중교통 운영을 전면 중단키로 결정했다. 우한시는 인구가 1100만명에 달하는 중국 중부의 주요 상공업 도시로, 중국 최대 내륙 항구가 있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후베이성 정부는 우한 폐렴 관련 개인위생수칙, 검역, 대응법 등을 연일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중국 국가 보건위원회도 공식 웨이보(WEIBO·중국SNS)를 통해 우한 폐렴 예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 지방정부가 연일 우한 폐렴 예방법, 관련 글 들을 올리고 있다. / 사진=중국 후베이성 지방정부 홈페이지
중국 후베이성 정부가 연일 우한 폐렴 예방법, 관련 글 들을 올리고 있다. / 사진=중국 후베이성 지방정부 홈페이지

이런 가운데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24~30일)을 앞두고 최대 30억명이 중국 내부에서 이동할 거으로 예상되며, 이 기간 동안 13만명 정도가 우리나라를 방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국내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 춘절 연휴 기간인 이달 24일부터 30일까지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은 지난해 11만3000명보다 15% 증가한 13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제주 특별자치도 관광협회는 올해 춘절 연휴엔 작년(1만9865명)보다 7000여명 늘어난 2만7000여명의 중국 관광객이 제주를 방문한다고 내다봤다.

중국 현지 언론들도 춘절을 앞두고 연휴 동안 중국인들의 인기 관광지는 ‘한국’이라며, 한국 관광 분위기를 띄우는 보도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우한 폐렴 확산으로, 중국 내부에서도 춘절 기간 한국 여행을 오는 것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날 웨이보에 ‘한국 관광’, ‘춘절 한국 방문’ 등 키워드를 검색하자, 반응은 크게 “우한 폐렴에도 한국에 갈 것”, “한국행 비행기 표를 취소했다”로 나뉘었다.

중국 대련시에 거주 중인 리우신신(25)씨는 “우한이랑 좀 떨어진 곳이어서 그런지 마스크를 끼고 다니는 분들은 거의 없고, 평소랑 다른 부분도 없다”면서 “SNS나 방송에서 우한 폐렴이 중요도 있게 다뤄지고 있어 예방을 미리 하긴 해야겠다”고 말했다.

중국인 리우웨이(27)씨는 춘절 연휴 기간 한국을 관광할 계획이었다. 다만 리우씨는 우한 폐렴 확산이 심각하다고 느껴 비행기 표를 취소했다. 그는 “우한 폐렴이 마스크를 낀다고 해서 괜찮은 그런 간단한 전염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우한뿐만 아니라 광동, 심천, 절강, 베이징 등 곳곳에서 감염 환자가 발견됐다고 해 한국 관광을 다음번으로 미뤘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에 감염자가 병원에서 뛰쳐나갔다는 소문이 돌아 불안감이 커지기도 했다”면서 “마스크 제조회사도 마스크를 비싸게 팔고 있어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우한 폐렴 자체가 중국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문제인 만큼, 자칫 옮길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예방법을 취했음 한다”고 덧붙였다.

우선 우리 질병관리본부는 공항에서부터 철저한 검역을 실시해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지 않도록 사전 차단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중국 우한시를 방문한 입국자(제3국 경유자 포함)를 대상으로 발열감시를 수행 중이며, 여행객이 검역관에게 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엔 검역조사가 이뤄진다.

또 설 연휴 동안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증상 문의, 응급실 방문 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의료계(응급의학회 및 지역응급의료센터)와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응급실 내원환자 대응 관련 가이드라인도 배포하고, 초기 선별 진료 과정에서 해외 여행력을 확인토록 하며 의료인 감염예방 수칙 준수도 당부할 계획이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내서도 확진 환자가 발생하고, 중국 춘절기간 동안 중국인 입국자의 증가로 지역사회 발생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돼 지역사회 대응체계 중심으로 총력 대응하겠다”면서 “설 연휴 기간중 중국을 방문할 경우 중국 현지에서 동물(가금류 포함) 접촉을 피하고 전통시장 방문을 자제할 것, 불필요한 의료기관 방문을 자제하고 호흡기 증상자(발열, 기침, 숨가쁨 등)와의 접촉을 피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2일 긴급회의를 열고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국제적인 비상사태 선포가 필요한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추가 정보를 더 분석한 뒤 비상사태 선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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