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회계·재단설립 등 핵심 내용 국회 통과 과정서 삭제···안정적 재정지원 한계 지적
계획 수립·시행주체도 경주시장으로 격하···복원·정비 구체적 일정·예산 등 부재
김석기 한국당 의원, 예산·재단 등 문제제기 적극 해명에도 논란은 지속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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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의 실효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별법 원안에 포함됐던 특별회계, 재단설립 등 내용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삭제돼 ‘쭉정이법’이 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특별법은 신라 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계획(5년 주기)‧연도별 시행계획의 수립시행, 문화재청에 신라 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추진단 설치, 8개 신라왕경 핵심유적(월성, 황룡사, 신라왕경 중심방, 동궁‧월지, 월정교, 대형고분, 첨성대, 쪽샘지구 등) 사업의 복원‧정비 명문화 등을 주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 2017년 5월 발의된 특별법은 약 2년 동안 표류하다 지난해 11월 19일 가까스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이에 따라 2014년부터 2025년까지 945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은 법안 통과 후 “천년고도 재건의 법적기틀이 마련된 역사적인 날”이라며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반월성에 신라왕궁 복원을 반드시 이뤄내 찬란했던 천년고도의 모습을 되찾고 경주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앞으로도 의정활동에 고삐를 늦추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그는 지난 7일 경주 서라벌회관에서 의정활동 보고회를 개최하고, 특별법 주요 내용, 의미, 기대효과 등과 법안 통과 과정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모두가 어려울 것이라던 신라왕경특별법의 국회 통과로 경주는 대한민국 어느 지역보다도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확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장밋빛’ 기대감과는 달리 일각에서는 특별법이 신라왕경 복원 사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특별법이 기존보다 퇴행한 부분마저 존재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김 의원이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치적 쌓기’에 쫓겨 서둘러 법안을 처리하면서, 핵심 내용을 삭제해 통과시켰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쪽은 ▲특별회계 설치 조항 삭제 ▲신라왕경 핵심유적 연구지원 재단 설립 조항 삭제 ▲연도별 시행계획 수립‧시행주체 경주시장 변경(당초 문화재청장) ▲8개 핵심 유적 사업에 대한 구체적 복원‧정비 일정 부재 등을 한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특별회계 설치 조항과 재단설립 조항 등이 특별법에서 삭제되면서, 복원‧정비 등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특별법 제8조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도 노력하여야 한다’는 임의규정을 넣어 재정지원 가능성도 매우 낮아졌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특별법에서 계획 수립‧시행주체를 정부의 문화재청장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인 경주시장으로 격하하고, 도지사를 거쳐 문화재청장의 승인을 받도록 한 점도 사실상 사업 추진가능성을 낮아지게 했다고 우려한다.

앞서 지난 2017년 특별법 발의 당시 배경을 ‘장기 추진사업의 경우 정부의 정책 변경, 재원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안정적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아 특별법 형태의 제정법을 발의했다’고 밝혔지만, 당초 특별법 발의 취지를 살리기 어려운 법안이 통과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또한 8개 핵심 유적 사업 복원‧정비에 대한 구체적 일정이 없고, 통상 특별법과는 달리 특별한 목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에 한정한 기간‧예산 집행 등 세부 내용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예산 확보가 수반되지 않는 ‘졸속법안’을 마치 큰 변화의 시작으로 포장하고 있고, 제대로 된 고증을 통해 진행돼야할 문화재 복원‧정비 사업이 졸속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역사를 왜곡하거나 ‘제2의 월정교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도 제기한다. 

이와 같은 비판에 김석기 의원측은 특별법 발의 과정에서 문화재청과의 협의 중 조율된 부분들이 오해를 사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신라왕경복원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보조율법에 따라 70%를 국비지원이 되고 있다”며 “워낙 장기사업, 대규모 사업이다 보니 정권이 바뀌거나 예산이 안정적으로 지원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특별법을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5년 단위 계획을 수립하는 경우에도 보조율법상 70%의 국비를 지원은 받게 되고, 특별법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예산에 관한 것들도 지원 근거를 명시했다”며 “기존에는 지원예산들이 일반회계 사업으로 신라왕경복원사업이라고 명시되지 않았는데 향후에는 별도 예산코드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특별법에서 특별회계 조항이 삭제된 것과 관련해서도 “기재부, 문화재청과의 협의 과정에서 특별회계를 만드는 부분이 어렵다고 해서 그 대안으로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고, 예산코드를 별도로 해서 예산의 독립성과 지속성을 확보하는 방향 조율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별도 예산코드는 아니지만, 올해 예산안에도 문화재청 문화재 유지 보수 예산으로 반영됐다”며 “향후 신라왕경복원사업이라는 개별 예산코드가 부여되면 예산 집행 등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고, 지속적이고 안정적 예산 투입도 가능해진다. 법적 근거가 있으면 더 명시적으로 받을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강조했다.

신라왕경복원사업 재단 설립이 무산된 것에 대해서도 김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에 문화재청이 백제, 가야 등 고대국가도 포함한 통합 재단 설립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혀 양보한 부분”이라며 “이에 고대국가 연구재단 설립 관련 ‘고도 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고,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라왕경복원사업의 시행 계획 수립과 시행 주체 등이 문화재청장에서 경주시장으로 변경된 것에 대해서는 “법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신라왕경복원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강행규정을 두고 있고, 다만 실질적으로 경주시가 현재까지 예산 집행, 발주 등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경주시가 주체가 돼야 한다는 문화재청의 주장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결정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해명에도 특별법에 대한 해석 문제를 둔 이견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논란은 더욱 가중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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