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사실상 증권업 진출···2030세대에 친숙한 플랫폼 강점
라임·DLF 사태와 맞물려 기존 증권사에 큰 도전될 듯
증권사의 디지털 강화 노력과 IT 기업과의 협업 ‘주목’

IT(정보통신기술) 기업이 금융투자업을 주도하는 이른바 테크핀(TechFin)이 활발해지면서 기존 증권사들의 생존 싸움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테크핀 기업이 미래 잠재 고객인 ‘2030 세대’에게 친숙한 플랫폼을 앞세워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는 까닭이다.

게다가 최근 라임자산운용과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으로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시점과도 맞물린 상태다. 증권사들은 IT 기업과 손을 잡거나 자체적인 디지털 역량 강화로 맞대응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전날 열린 정례회의에서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위한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내달 5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이번 안건이 의결되면 카카오페이는 증권업 진출이 최종 확정된다. 

카카오페이가 증권업에 진출하게 되면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 인수 계약을 맺으면서 카카오톡 플랫폼 안에서 주식·펀드·부동산 등 다양한 투자 상품 거래 및 자산관리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카카오톡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5000만명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그만큼 잠재된 영향력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카카오톡 플랫폼이 익숙한 2030세대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이 기존 증권사와 비교되는 핵심 경쟁력이다. 2030세대는 증권사들의 현재 고객이자 미래 고객으로 평가되는데, 이들을 어느 정도 끌어들이느냐가 향후 생존 여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앞서 금융권에 진출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성공사례를 보면 기존 증권사들도 안심할 수 없게된 것이다.

증권사 신뢰도가 크게 추락했다는 점도 테크핀 기업에 큰 기회가 되고 있다. 최근 유동성 문제 탓에 펀드 환매를 중지한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불거지면서 사모펀드뿐만 아니라 증권사의 자산관리 부문의 신뢰도 타격을 받고 있다. 앞서 나온 해외금리 연계형 DLF 대량 손실 사태도 기존의 판매 플랫폼에 대한 거부감을 높인 상황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를 중요한 해결 과제로 삼고있다. 실제 국내 증권사 주요 수장들의 올해 신년사를 살펴보면 디지털 강화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한 ‘하이 테크놀로지’(High Technology)를 강조했고,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성장의 방식이 필요하다”며 디지털 서비스를 강화를 주문했다.

IT 기업과의 맞손을 통해 변화에 대응하려는 사례도 나온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해 7월 네이버와 손잡고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했다. 이는 증권뿐만 아니라 결제, 대출, 보험 등의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종합 금융 플랫폼 회사를 만들고 키우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한국투자금융지주는 2016년 카카오뱅크에 투자했고 KB증권은 지난해 말 이스트소프트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산관리 시장에서 증권업계가 쌓아놓은 벽은 이미 허물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와 10년 뒤 증권업계를 비교하면 천지개벽 수준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이에 기존과 같은 전략으로 고객을 확보하려 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허울뿐인 혁신이 아닌 진짜 혁신이 나와야 할 시점이 됐다”라고 평가했다.

IT(정보통신 기술) 기업이 금융투자업을 주도하는 이른바 테크핀(TechFin)이 활발해지면서 기존 증권사들의 생존 싸움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어 주목된다. / 그래픽=셔터스톡.
IT(정보통신 기술) 기업이 금융투자업을 주도하는 이른바 테크핀(TechFin)이 활발해지면서 기존 증권사들의 생존 싸움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어 주목된다. / 그래픽=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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